불과 서른살의 나이로 특급호텔의 주요 행사를 총괄하는 여성 지배인이 있다. 주인공은 롯데호텔 식음팀의 박지영 이벤트 담당 지배인. 박 지배인은 연회장과 14개 식음료 업장의 일반 행사를 비롯 특별 행사와 협찬업체 섭외를 총괄하는 호텔 행사의 '야전사령관'격이다. 일반적으로 지배인의 연령대가 30대 중반부터 40대 중반까지인 점을 감안하면 박 지배인은 드문 경우. 박 지배인은 지난 17일 주한 미국·유럽연합(EU) 상공회의소가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를 공동 초청해 이 호텔에서 열었던 경제정책 간담회를 준비하느라 바쁘게 보냈다. 이날 행사는 대통령 당선자와 미국·EU 경제인들의 첫 공식 만남이었던 만큼 호텔측에서는 식사와 의전,간담회 진행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요리에 관심이 많았던 박 지배인은 국내 대학에서 식품영양학을 전공한 뒤 미국대학원에서 호텔 식음료 경영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박 지배인은 "평소에도 요리에 관심이 많았지만 제대로 요리를 배우는 건 너무 힘든 일"이라며 "유학을 하면서 호텔 식음료 경영,이벤트 분야에서 많은 경험을 쌓았기 때문에 이벤트 기획으로 진로를 정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지난 2000년 서울 JW메리어트 호텔 레스토랑 지배인으로 발을 들여놓았던 순간을 잊을 수 없다. 27세의 여성 지배인이 처음 출근하던 날 30대 중반인 남자 부하 직원들의 얼굴에 당황하는 빛이 역력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이듬해 호텔에서 자체 선정한 우수 매니저로 뽑히기도 했다. 현재 메리어트 호텔 회원 카드인 골드카드도 박 지배인의 아이디어다. 이곳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그녀는 롯데호텔의 적극적인 '구애'로 지난해 9월 자리를 옮겼고 중·장년층인 주고객을 붙잡아 두면서 30,40대의 젊은 고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호텔을 새롭게 변화시키는 게 맡은 일이다. 장욱진 기자 sorina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