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에와 뉴코아는 닮은꼴이다. 각기 일본과 한국에서 한때 유통업계의 맹주가 되겠다는 야심을 가졌던 대형 유통업체들이다. 지금은 채권단이나 법원의 관리를 받는 처지로 전락했다는 점도 비슷하다. 뉴코아는 다행히 희미하나마 회생의 빛을 찾았다. 그러나 다이에는 2조엔이 넘는 막대한 부채에 짓눌려 있다. 두 기업이 내리막길을 걷게 된 경위는 본질적으로 비슷하다. 버블경제 시기에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는 틈을 타 앞뒤 가리지 않고 대대적으로 점포를 늘렸다가 부동산 가격에서 거품이 사라지면서 심각한 자금난에 빠지고 말았다. 90년대 이들 두 기업은 대출을 받아 점포를 짓고 그 점포를 담보로 돈을 빌려 땅을 사고 또 점포를 짓는 일을 되풀이했다. 지난 79년 서울 강남 반포의 슈퍼마켓을 모태로 시작된 뉴코아는 20년이 채 안되는 기간에 40여개의 점포를 개설했다. 당시 김의철 뉴코아 회장이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았던 모델은 월마트였다. 다이에의 나카우치 이사오 회장이 추구한 목표 역시 월마트였다. 그는 70년대 초반 월마트를 추월하겠다고 선언했다. 70년대 중반부터는 일본 유통업계 선두주자로 군림하기도 했다. 나카우치 회장도 금융권 대출에 의존하는 출점 전략을 펼쳤다. 그러나 부채로 쌓아올린 거대한 점포망은 거품이 꺼지면서 삽시간에 무너졌다. 오너의 독특한 개성도 많이 닮았다. 나카우치 회장과 김 회장은 한마디로 '일벌레'였다. 일 그 자체가 즐거움이었다. 두 회장은 평소 정치인 후원회나 동창회 등 사람을 사귈 수 있는 모임에는 일절 얼굴을 내밀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회사가 곤경에 처했을 때 도와줄 사람이 없었다. 인사에 실패한 것도 공통점이다. 나카우치 회장은 장남 나카우치 준에게 수조원이 소요되는 하이퍼마켓 사업을 맡겼다. 전문경영인들의 거센 반대를 무릅쓰고 밀어붙였는데 결과는 실패였다. 이로 인해 조직에는 균열이 생겼다. 김 회장은 친인척을 절대 쓰지 않는 대신 간언을 일삼는 임원들에게 둘러싸여 회사를 살릴 기회를 수차례 놓쳤다. 부채를 토대로 한 기업확장,자리에 걸맞지 않은 처신,인사실패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 '아시아의 월마트'를 꿈꾸던 두 마리 용은 하루아침에 주저앉고 말았다. 소중한 반면교사가 아닐 수 없다. cdkang@hankyung.com ................................................................... ◆알림='유통나들목'은 앞으로 목요일자에 격주로 싣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