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강국 핀란드의 북서부에 있는 작은 도시 울루.


섭씨 영하 15도를 가리키는 매서운 추위로 대낮에도 거리에는 인적이 뜸하다.


그러나 도심으로 한발짝만 들어가보면 분위기는 사뭇 달라진다.


시내 곳곳에 노키아 지멘스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이 둥지를 틀고 세계 최고의 기술과 제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대학의 연구실은 24시간 불을 밝히고 있다.


이들 대학 기업 연구소는 산.학.연 체제를 구축, '울루 현상(Oulu phenomenon)'이란 조어를 만들어냈다.


울루가 '유럽의 실리콘밸리'이자 '연구개발(R&D)의 세계 중심지'로 급부상하면서 나타난 것이다.



인구 15만명에 불과한 소도시 울루에 세계적인 기업들이 몰려드는 이유로는 우선 세계 최고수준의 네트워크를 꼽을수 있다.


고급인력을 배출해내는 대학, 기업들의 연구개발 노하우, 정부의 전폭적 지원 등이 한데 어우러져 울루 현상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같은 연구개발 네트워크의 중심에는 실용화로 무장한 울루대가 자리잡고 있다.


울루시 중심에서 북쪽으로 5㎞ 떨어진 울루대 캠퍼스.


한낮인 데도 건물마다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다.


국제홍보담당 인리타 카타야씨의 표현처럼 '거대한 파워하우스(powerhouse)'를 연상케 한다.


카타야씨의 안내로 들른 기계공학과 건물 3층 연구실에서는 유카 콘티넨군(21)이 로봇 제작에 몰두하고 있었다.


그는 학생이면서 직장도 갖고 있다.


2학년에 올라가면서 인근 이동통신회사인 소네라 그룹에 취업했다.


콘티넨군은 현재 소네라 그룹과 '인간과 상호 작용하는 모바일 로봇'을 제작하는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 연구실에는 콘티넨군 외에도 소네라에서 파견나온 연구원들이 참여하고 있다.


콘티넨군은 "학기중에도 실험장비가 필요할 경우 수시로 소네라 연구소에 가서 일하며 방학중에는 아예 소네라로 출근한다"고 말했다.


울루대는 1만4천여명의 학생들에게 2학년부터 취업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기업에서 일하는 것도 학점으로 인정해 준다.


해당 기업에서는 월급을 준다.


강의실이 작업장이고 기업의 연구실이 곧 강의실이다.


유카 리에키 기계공학과 교수는 "대부분의 프로젝트가 기업과 정부, 연구소 등의 펀드로 운영되며 기초 연구결과는 곧바로 기업으로 이전돼 상용화된다"고 설명했다.


실용주의 학풍으로 학생 창업이 활발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특징중 하나다.


학교에서는 벤처창업을 지원하기 위해 매달 한번씩 해외 유명기업인 등을 초청, 벤처강좌를 열고 있다.


울루대의 대표적인 독립 연구기관인 인포텍 울루(Infotech Oulu)의 경우 세계 유수기업의 최고경영자(CEO)를 교수로 초빙, 강좌를 열고 있다.


이 강좌에는 현재 노키아모바일의 위르요 노이보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비롯 미국 내셔널세미컨덕터의 루 누겐 박사, 일본 NTT도코모의 마쓰모토 다다시 부사장 등이 교수로 참여하고 있다.


인포텍 울루의 타피오 레포 프로그램 매니저는 "울루대가 핀란드내 최고 대학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울루지역 산업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해온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울루대가 지역과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돼있는 지를 보여주는 사례는 한두가지가 아니다.


기업에서 추진하는 첨단기술 개발 프로젝트에는 반드시 울루대가 참여한다.


일단 한 프로젝트가 시작되면 정부에서 자금을 대고, 기업과 연구소 대학이 함께 달라붙어 방향을 결정한다.


이 과정에서 대학은 기초연구와 인력제공을 맡는다.


정부나 민간에서 추진하는 모든 프로젝트는 이런 식으로 진행된다.


울루대와 공동으로 무선통신 분야 과제를 진행중인 CCC그룹의 사업개발담당인 미코 커툴라 씨는 "울루는 대학, 정부, 기업이 촘촘히 연결된 거대한 거미줄과 같다"며 "울루대는 앞으로도 기술강국 핀란드의 상징 역할을 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울루(핀란드)=정종태.박해영 기자 strong-korea@hankyung.com


[ 협찬 :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