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가 휴대폰의 위치정보를 이용한 서비스,이른바 위치기반서비스(LBS) 육성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원치않는 자신의 위치정보가 유출된 사건이 발생,충격을 주고 있다. 가입자 위치정보를 지도상에 표시해주는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한 뒤 아는 사람들의 이동전화번호를 입력했더니 상세한 위치가 나타났다는 것은,위치정보 보안이 얼마나 허술한지를 보여준 단적인 사례라고 할 만하다. 자신의 위치를 검색할 수 있도록 사전에 허용해 놓은 가입자만이 대상이어야 하고 또 인증절차를 통해 사전에 접근을 허락받은 사용자들이어야 함에도,원치않는 가입자들의 위치정보까지 검색이 가능했을 뿐만 아니라 누구나 이런 검색에 접근할 수 있었다는 것이 확인됐다. 비록 특정회사 가입자들이 그 대상이었다고 하지만 심각한 사생활 침해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아직까지 그 원인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하니 가입자들의 불안은 더해질 수밖에 없다. 엊그제 정통부는 위성위치확인 시스템(GPS) 칩이 장착된 휴대폰의 위치정보를 이용한 분야에 향후 5년간 총 3백90억원을 투자,차세대 신산업으로 집중 육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위치정보의 응용범위로 따진다면 긴급구조 교통정보 유통ㆍ물류 등 매우 광범위하다는 점에서 한편으로는 기대를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걱정되는 것도 바로 이런 정보보호 측면에서의 안전성 문제 때문이다. 정통부는 산업활성화 측면에서 앞으로 위치확인 칩을 모든 단말기에 의무적으로 장착하겠다고 하는 모양이지만 그럴 경우 보안문제는 더욱 더 중요한 이슈가 될 수밖에 없다. 이번 사건에서처럼 가입하지도 않은 고객들의 위치정보까지 유출되는 현실이고 보면 안전성에 대한 확신이 서지않을 경우 위치정보 서비스의 활성화 자체가 어려워 질 수도 있다. 역사적으로 기술 그 자체의 응용성에도 불구하고 소위 '킬러 어플리케이션(그것 없이는 안되는 용도)'을 못 찾아 사라진 경우가 적지 않고,휴대폰 실시간 화상대화 기능처럼 실제로 프라이버시 문제가 걸림돌이 되는 경우도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런 우려가 전혀 근거 없다고만 할 수도 없다. 올 상반기 중에 '위치정보 보호 및 이용에 관한 법률'제정에 나서겠다고 정통부가 이미 밝힌 바 있지만 '정보보호' 측면이 형식에 그쳐서는 결코 안될 일이다. '보호'와 '이용'이 따로 노는 것이 아니라 '보호의 정도'가 '이용의 확산'을 결정적으로 좌우할 수도 있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