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개발한 통신네트워크 장비가 온라인 게임이나 메일 전송 등을 위해 쓰이는 것을 보면 뭐라 말할 수 없는 보람을 느끼게 됩니다." 국내 초고속 통신망개발의 주역으로 꼽히는 이상훈 KT 연구개발 본부장(48·전무)은 "연구개발이 성공하기 위해선 가치를 공유하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가 추구하고 있는 가치는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을 마음놓고 쓸 수 있도록 하는 것'. 노트북PC를 집 밖으로 들고 나와도 무선으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유무선 통합 인터넷 환경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 본부장은 이러한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적임자로 꼽힌다. 그는 해외에서도 알아주는 통신망 분야의 전문가다.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에서 전기공학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벨통신연구소 연구원,폴리테크닉대 객원교수를 거쳐 지난 91년 KT와 인연을 맺었다. KT의 해외석학 유치 프로그램으로 첫 영입됐다. 그는 KT 통신망연구소장 등을 거치면서 ADSL 초고속 접속상품을 개발,상용화했다. 이를 통해 국내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을 세계 1위로 끌어올리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초고속 통신망의 원천기술 개발에도 한몫을 했다. 그는 초고속 정보통신망의 핵심기술인 ATM(비동기식 전달방식)의 기본개념을 제안한데 이어 관련기술 특허도 땄다. 벨통신연구소에 있을 때 개발한 ATM기술은 자체 분석결과 연구소 보유 특허 가운데 두번째로 중요한 것으로 평가됐다. "벨통신연구소에 근무할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습니다.내로라하는 엔지니어들과 경쟁하면서 실력을 쌓는 계기가 됐습니다." 그는 벨연구소 시절 처음 3∼4년간은 박사과정을 밟을 때처럼 힘들었다고 회고했다. 밤을 꼬박 새우면서 연구주제를 생각했지만 논문을 제대로 써낼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던 중 ATM기술의 아이디어를 제시하면서 마침내 연구소로부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애써 짜낸 ATM 아이디어가 세계 표준으로 채택되고 이를 바탕으로 통신장비들이 개발돼 상용화됐습니다.현재는 통신서비스까지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 본부장은 "아이디어 제시,표준채택,상용화,서비스로 이어지는 기술의 전체 사이클을 모두 경험하는 것은 엔지니어로선 극히 드문 일"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이공계 기피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스타 엔지니어가 많이 배출돼야 합니다." 이 본부장은 "엔지니어들에게 경영마인드를 심어주는 등 사회 지도층 인사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도 마련해줘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송대섭 기자 dss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