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화장품 회사 '에이본'의 한국 지사장인 조렌 쿠(중국명은 궈링췬.郭鈴君)는 국내에 흔치 않은 대만인 사장이다. 1886년 설립된 에이본은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직접 판매 회사. 이 회사의 영업사원 '에이본 레이디'는 미국에서도 여성의 사회 활동이 거의 없던 시절부터 집집을 돌며 화장품을 팔았다고 해서 직접 판매, 특히 방문판매의 대명사가 됐다. 1백43개국에서 거두는 매출은 연 60억달러. "방문판매는 에이본을 통해 세계에 퍼져 나간 판매방식입니다. 한국에는 방문판매와 다단계판매를 혼동하는 소비자들이 있지요. 방판은 회사만 영업사원을 모집하고 다단계는 영업사원이 다시 판매원을 모집하는게 다릅니다." '한국직접판매협회'에 등록돼 있는 방문판매업체는 1만3천여개, 다단계판매업체는 3백70개에 이른다. 여러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는 다단계판매에 비해 방문판매는 소비자들에게 이미지가 훨씬 나은 편. 쿠 사장은 방문판매가 4조5천억원 규모의 한국 화장품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부문 가운데 하나라고 말한다. 그는 에이본의 장점이 수입 화장품을 백화점보다 싸게 유통시키는 것이지만 진짜 경쟁력은 가격보다 제품에 있다고 강조했다. "에이본은 최종 소비자의 만족을 목표로 삼아 제품과 기술 개발에 각별한 투자를 해왔습니다. 그 결과 사용자의 80%가 1주일 안에, 95%가 중장기적으로 눈에 띄는 개선 효과를 봤다고 말할 정도로 품질을 인정받고 있지요." 쿠 사장은 "한국에선 영업을 시작한지 2년이 채 안됐기 때문에 아직 규모가 크지 않지만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3백% 늘어났다"고 자랑했다. 영업방식의 성격상 에이본은 전세계 임직원의 85%가 여성이다. 영향력있는 50대 미국 여성 기업인으로 꼽히는 본사 최고경영자(CEO) 안드레아 정을 비롯해 중국계가 많은 것도 특징이다. 비즈니스위크는 에이본 회사내 중국계의 성공이 '에이본이 지향하는 가족 중심적인 문화에 특히 잘 적응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 적이 있다. "일본에는 68년 에이본이 상륙했고 대만에서는 20년전, 중국에서는 10년전 영업이 시작됐습니다. 중화권 에이본의 성공 스토리를 한국에서 재현하기 위해 중국인이 잇따라 사장으로 부임하고 있지만 한국인 사장을 영입하고 현지화하는게 회사의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