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아식 시장은 춘추전국 시대를 맞고 있다. 남양유업 매일유업 일동후디스 등 국내업체들이 각축을 벌이는 가운데 한국애보트 한국네슬레 미드존슨 등 해외 메이저들이 한국시장에 속속 들어와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연간 3천5백억원에 이르는 분유시장을 놓고 한판 승부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특히 외국업체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한국애보트의 "씨밀락"과 한국네슬레의 "난"은 국내시장의 8%를 점유하는 데 그치고 있지만 서울 강남과 신도시 등 고소득층이 많이 몰린 지역에서는 지난해에 점유율이 20%에 이를 정도로 판매가 늘고 있다. 또 올 1월 국내에 입성한 미드존슨의 "엔파밀"은 미국시장에서 시장점유율 1위로 알려진 제품.우리 소비자들에게도 인지도가 높아 성장세가 주목되고 있다. 이들 외국업체 관계자들은 "한국의 프리미엄 분유 시장이 매년 30%씩 커지고 있다는 데 주목한다"면서 한국 시장에 대해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이렇게 경쟁이 격화되면서 지난해 하반기에는 분유업체들 사이에 제품 성분에 대한 비교광고를 놓고 서로 맞제소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치열한 업체간 경쟁에 비해 전체 시장은 쉽게 커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의 출생율이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가운데 소비자단체의 모유먹이기 캠페인 등 외적 요인까지 작용한 결과다. 국내 출생 인구는 99년 61만명에서 2000년 밀레니엄 베이비붐으로 잠시 늘었다가(64만명) 2001년 60만명,2002년 55만명 등으로 계속 줄어들고 있다. 다른 유아용품 업체들과 마찬가지로 분유업계는 고급화 전략을 통해 이런 난국을 타개하려 힘쓰고 있다. 실제로 전체 분유시장 규모가 4~5년째 제자리 걸음하는 가운데서도 프리미엄 분유시장은 매년 30% 이상 성장하고 있다. 출산율이 낮아져 1자녀 가정이 늘어난 가운데 젊은 부모들이 "귀한" 아기를 위해 아낌없이 고급품을 구입하기 때문이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업체들은 가격이 비싼 고급 분유를 계속 늘리고 있다. 일반 분유 "아기사랑 수"(7백50g 1만4천원 선)를 출시하고 있는 남양유업은 고급분유 "임페리얼 드림"(8백g에 1만8천원 선)과 "아기사랑 사이언스"(8백g 1만7천2백원)에 마케팅 역량을 모으고 있다. 매일유업도 지난해 12월 고급분유 신제품 "앱솔루트 명작"(8백g 1만9천원 선)을 새로 내놨다. 외국산 분유는 이보다 조금 더 높은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다. 국내 시판중인 "씨밀락 어드밴스"는 9백g에 2만6천원,미드존슨의 "엔파프로"(성장기분유)는 8백8g에 2만2천원 선이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업체들은 병원 산후조리원 등 소비자들이 집중된 곳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신세대 아기 엄마들을 공략하기 위해 인터넷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임신 출산,영유아식 건강관리 등 육아 정보를 소개하고 쇼핑몰도 운영한다. 남양유업의 남양아이(www.namyangi.com)는 육아정보를 제공하는 외에 기저귀 젖병 분유 이유식 등 상품도 판매한다. 매일유업의 우리아이(www.urii.com)는 소아과 의사 및 영양사의 상담 코너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네슬레의 네슬레-뉴트리션(www.nestle-nutr ition.co.kr)은 유아식 정보와 함께 모유 수유법도 소개하고 있다. 2002년 국내 조제분유 시장은 약 3천5백억원으로 집계됐다. 조사기관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남양유업이 약 50%,매일유업이 약 35~37%로 각각 1,2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애보트 일동후디스 파스퇴르유업은 그 뒤를 잇고 있다. 또 최근 국내시장에는 외국산 조제분유 수입이 급증하고 있다. 2001년 한해에 모두 3천3백32 t의 외국산 분유가 수입돼 지난 98년(3백80 t)에 비해 8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조정애 기자 j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