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기업 경영자 중 올해 노사관계가 작년과 비슷하거나(54.1%) 악화될 것(27.5%)이라는 사람이 절대다수인 것으로 조사됐다(한경 18일자 2면). 여러가지상황을 감안할때 기우라고 하기도 어려운 '분석'이다. 주한미국.유럽상의 간담회에서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외국인 투자자들이 가장 걱정하는 문제가 노사관계라고 알고 있다"고 말한데서도 드러나듯이 외국인 투자자들의 노사문제에 대한 걱정은 보통이 아니다. 바로 그런 걱정스런 사안이 올해 더욱 걱정스럽게 비쳐지고 있다면 이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올 봄 단체협상 시즌에는 주5일제 문제까지 겹쳐 그 어느 때보다 노사간 대립이 첨예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팽배해 있는 여건이기도 하다. 기업인 중 상당수가 노동 변호사로서의 노 대통령 당선자 이력 때문에 우려를 갖고 있다는 것 또한 부인하기 어려운게 사실이다. 바로 그런 점에서 노 당선자가 자신을 "투쟁가라기보다는 이성적인 조언자였다"고 규정하고 "대통령이 됐으니까 더 훌륭한 조정자로서의 솜씨를 내보이겠다"고 밝힌 것은 매우 의미가 크다고 본다. 오랜 세월 노동계층의 권익을 위해 애써왔고 그래서 두터운 신뢰를 확보하고 있는 그의 말은 다른 어떤 대통령보다 노동운동권에 설득력이 있을 게 분명하고 그렇기 때문에 훌륭한 조정자로서 필요하고도 충분한 조건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미국.유럽상의 간담회 참석자 중 일부가 "당선자 말을 들으니 속이 다 시원하다"는 반응을 보인 것도 그들의 가장 큰 걱정거리 중 하나인 노사관계에 대한 훌륭한 조정자로서 당선자가 보여준 자신감과 무관하지 않을 것 같다. 기업을 위해서건, 노동자계층을 위해서건 이제 노사현장은 달라져야 할 때가 됐다고 본다. 선진국형 노사관계로 발돋움하려면 노사 쌍방의 의식구조도 개선돼야겠지만 정부 역할 또한 중차대하다. 바로 그런 점에서 우리는 노 당선자 역할에 큰 기대를 갖는다. 그러나 노사관계의 조정자로서 정부역할은 '너도 양보하고 또 너도 조금 물러서라'는 식으로 중간선에서의 타협을 종용하는 형태여서는 충분하다고 하기 어렵다고 본다. 무엇보다 먼저 법과 원칙을 분명히 하고 불법에 단호히 대응함으로써 노사관계의 질서가 지켜지도록 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바로 그런 점에서 보면 노 당선자의 조정자 역할은 변호사일 때의 그것과는 분명히 달라져야 할 점이 있어야 할 것 또한 너무도 당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