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사상 두번째로 큰 폭의 임원 승진인사를 실시한 것은 지난해 사상 최대의 실적에 대한 보상으로 풀이된다. 임원진의 세대교체 등 신진대사를 촉진하기 위한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삼성의 부사장급 이하 임원 승진자는 모두 3백63명으로 지난해 3백19명에 비해 44명 늘었다. 직급이 세분화돼 있던 2000년 4백36명을 승진시킨 데 이어 두번째로 많은 규모다. 부사장 승진자가 25명으로 지난해(13명)의 두배나 되는 등 내용상으로는 사상 최대폭의 승진이라는 설명이다. 승진자 중 인사기준보다 조기 승진시킨 발탁인사도 76명으로 전체의 21%에 달해 역대 최대다. 지난해 경영환경이 불투명하고 IT경기 회복이 지연된 가운데서도 그룹 전체로 15조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의 이익을 낸 점이 고려됐다. 보너스와 인사 면에서 과감한 보상을 실시한 셈이다. 구조조정본부 팀장 중에서는 노인식 인사팀장,박근희 경영진단팀장,장충기 기획팀장 등 3명이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에 따라 구조본 팀장 7명 중 부사장이 지난해 2명에서 올해 5명으로 늘었다. 구조본이 사상 최대의 실적을 이끈 공로를 인정받았다. 부사장 승진자 25명 중 40대가 10명 포함되는 등 전반적으로 젊고 참신한 인물들이 대거 발탁됐다. 이는 자연스럽게 세대교체로 연결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휴대폰 반도체 등 실적이 좋은 분야에서 승진자가 많은 편이었다. 삼성 관계자는 이에 대해 "최고의 실적을 올린 임직원들에게 대폭적인 승진 등 과감한 보상을 실시한 것은 실적 중심의 경영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직종별로 보면 기술 및 영업직의 승진이 크게 늘었다. 연구개발을 포함한 기술직 승진은 지난해의 1백6명에서 1백25명으로 늘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영업직도 85명에서 93명으로 늘었다. 이건희 회장의 장남 이재용 상무보는 예상대로 '보'자를 떼고 상무로 승진하는 수준에 그쳤다. 이 상무는 단계를 밟아가며 경영수업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장의 둘째사위인 김재열 상무보는 제일기획에서 제일모직으로 자리를 옮겼다. 삼성 관계자는 "김 상무보가 제조업종에서 보다 많은 경영수업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의 부인 홍라희 여사 동생인 라영씨는 삼성미술관 상무보에서 삼성문화재단 상무로 승진했다. 김성택 기자 idntt@hankyung.com ◆부사장 승진자 명단 △삼성전자 김영조 노인식 노형래 박노병 이기원 지대섭 최광해 신윤승 조병덕 조수인 △삼성SDI 박근희 △삼성전기 문봉모 △삼성중공업 서형근 이기호 조치근 △삼성테크윈 오창석 △삼성석유화학 공영건 △삼성생명 정기영 △삼성물산 김수근 유광석 이규재 장충기 지성하 △삼성문화재단 이실 △일본본사 강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