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가 대통령직 인수위와 갈등을 빚고 차기회장 선출이 혼돈상태에 들어간데다 대한상공회의소도 박용성 회장이 두산중공업 노사문제와 맞물려 연임 불가론이 제기되는 등 주요 경제단체들이 위기를 맞고 있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기업입장을 대변해온 경제단체가 재벌개혁을 주장해온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측과 갈등을 빚을 것이라는 것은 어느정도 예상됐지만 막상 곳곳에서 마찰음이 나면서 경제단체의 역할과 위상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전경련 임원의 `사회주의 발언 파문'으로 국민에게 불안감을 심어주고 한국에 대한 해외 신인도 하락 우려가 나타남으로써 발언의 진위에 관계없이 전경련의역할에 대한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전경련이 지나치게 과격한 주장을 펼치거나 재계와 인수위간의 갈등을 조장하는 것은 우리 경제나 재계 전체의 이익에 마이너스가 된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것이다. ◆전경련, `역할축소-차기회장 선출 난항' = 인수위가 전경련의 해명을 수용함으로써 `사회주의 발언 파문'은 일단락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전경련이 당분간 이전처럼 활발한 정부비판에 나서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인수위의 강경자세로 전경련의 차기정부 재벌정책 비판에 제동이 걸린 셈"이라면서 "이에따라 앞으로 전경련의 재벌정책 비판에 대한 행동반경도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삼성 이건희 회장이 차기 전경련 회장을 고사한 것도 전경련에게는 상당한 `악재'로 여겨진다. 차기정부의 재벌개혁에 맞서 재계가 전경련을 중심으로 일치단결하기 위해서는 유력그룹 총수가 회장을 맡아 전경련을 실세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에 따라 이른바 `빅3'가 차기 회장물망에 올랐으며 이중 국내 최대 그룹인 삼성 이 회장이 전경련 회장을 맡을 경우 전경련의 위상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됐었다. 그러나 이 회장이 숙고 끝에 회장직을 고사함에 따라 차기 전경련 인선에는 적지않은 어려움이 예상되며 전경련의 실세화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구본무 LG회장 역시 전경련 회장직에 뜻이 없다는게 LG측 반응이며 정몽구 현대차 회장도 동생인 정몽준 의원과 차기정부와의 `악연' 때문에 전경련 회장직을 맡는것에는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차기 회장 선임이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높으며 중견그룹 오너 회장이나 전문경영인이 전경련 회장직을 맡을 경우 당초 기대했던 전경련 실세화는 상당부분후퇴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인수위-재계 갈등을 촉발시켰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손병두 전경련 부회장도 이번에 임기가 끝나 진퇴여부가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상의, '회장연임 설왕설래' = 박용성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그가 회장으로 있는 두산중공업의 노조원 분신자살 사건으로 적지않은 타격을 받게 되지 않겠느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노조원의 분신사건은 노조에 대한 박 회장의 강경 자세에서 비롯됐다는 해석이나오고 있으며 이에 따라 박 회장의 노조관에 대한 비판과 함께 그의 상의 회장 연임도 영향을 받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차기정부의 성향과 재벌개혁 등으로 노조의 기세가 높아지면서 박 회장에 대한 공세도 강화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러나 박 회장의 연임 가도에는 이상이 없을 것이라는게 상의 주변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상의 관계자는 "박 회장의 연임은 회원들이 회원들이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전제한 뒤 "회원들은 오히려 박 회장을 염려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차기 대한상의 회장은 3월 26일 선출될 예정이며 그동안 예외없이 서울상의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으로 뽑혔기 때문에 사실상 내달 21일 서울상의(대한상의 회장은서울상의 회장을 겸임함) 상임위원 120명(특별의원 포함)의 서울상의 회장과 임원선출 결과가 차기회장 선출의 관건이 된다. (서울=연합뉴스) 신삼호기자 s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