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가정에서도 혈액 한 방울로 대장암 전립선암 등을 진단할 수 있는 키트를 개발한 바이오벤처기업 C사. 이 회사는 제품을 만들어 시장에 내놓기까지 숱한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수차례 임상실험을 거친 것은 물론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제조 및 제품 허가를 얻고 판매승인까지 받는데 무려 2년반이 걸렸다. 시장에 진출하는 데만 기술개발 과정을 포함, 4년여를 보낸 것이다. 그러나 이것으로 문제가 해결된 건 아니었다. 시장 진입에 제동이 걸렸다. 일반약국이나 가정에 판매할 수 없도록 한 의료법으로 인해 C사는 제품을 일반인에게 팔 수 없었다. 입맛이 까다로운 병원을 대상으로 소량이나마 공급하기 위해 로비하는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 회사의 L사장은 "바이오벤처의 경우 첨단기술로 아무리 좋은 제품을 개발하더라도 시장 진입이 너무 까다로워 빛을 보기 어렵다"며 "병원이나 제약회사 등의 이권에 휘둘려 제품이 사장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털어놨다. C사뿐만이 아니다. 의약 관련 제품을 개발하는 바이오업체들은 대부분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다. 바이오업계에서는 제품 허가를 받기 위해 식약청 담당자와 사귀는 데만 1년이 걸린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생명과 직결되는 품목에 대해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렇지 않은 제품은 시장진입 장벽을 과감히 풀어야 합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기존 제품이 나와 있거나 위험도가 낮은 제품은 신속히 허가해 준다"고 설명했다. 기능성식품을 개발하는 바이오업체들도 각종 규제로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국내 바이오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기능성 식품과 관련한 법규는 까다롭기로 소문나 있다. 기능성 식품업체들은 판매 규제에 가장 큰 불만을 갖고 있다. 현행 식품위생법에는 특정품목(24개) 외에는 효능이나 효과에 대해 표기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다. 업계는 오는 8월부터 시행될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에 일단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나 이 법의 구체적 적용과정에서 풀어야 할 문제도 적지 않다는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보건복지부는 "기능성식품시장 성장의 걸림돌을 제거하기 위해 관련 제품의 효능 표기범위를 넓혀 주되 평가는 엄격하게 하겠다"(약무식품정책과 김종수 과장)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어떤 품목까지 표기를 자유롭게 허용할 것인가, 임상실험 평가기관은 어디로 정할 것인가 등에 대해 확정된게 없다"며 "평가방법을 까다롭게 할 경우 이 법이 오히려 시장 발전을 저해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형규 서울대 식품공학과 교수도 "국산 기능성식품이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을 갖도록 규제를 좀더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