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에 막 올라탄 기분을 아십니까. 이제 질주만 하면 되는 그런 기분입니다."


지난해 4.4분기부터 LCD업계 1위로 올라선 LG필립스LCD의 구본준 사장은 자신감이 철철 넘쳤다.


"1등이라는 자체가 종업원들한테 엄청난 프라이드를 줍니다. 우리는 해냈다는 자신감이 충만해 있습니다."


구 사장은 LG 내에서도 유별나게 1등을 부르짖고 다니는 '일등 LG'의 전도사다.


회사 내부 벽면은 'World's No.1 LCD Company' 'No.1 Members No.1 Company'와 같은 1등 구호로 도배하다시피 했다.



지난해 10월부터는 "확실히 1등 합시다"로 사내 인사 구호를 바꿨다.


"취임하니까 '구 사장이 못하면 LG가 LCD에서 1위를 영원히 못할 것'이라고 하더라고요. 얼마나 약이 오르겠어요. 해내야죠."


주말에 친구들과 야구를 즐기는 구 사장은 특기가 헤드슬라이딩일 정도로 모든 면에서 공격적이다.


취임 이후 과감한 투자전략과 선제공격으로 세계 LCD업계를 정신 못차릴 정도로 흔들어 놓았다.


불황이 심해 경쟁업체들이 머뭇거리고 있던 지난 2000년 1조6천억원이나 드는 5세대 라인 투자를 처음 시작했다.


"시장이 회복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공장 가동 3개월 전부터 시장이 돌아서더군요."


지난해 9월 업계 처음으로 중국에서 LCD 조립공장을 착공했다.


그 다음달 50인치대의 TFT-LCD를 선보인 것도 업계 최초였다.


지난 연말에는 국내외 경쟁업체들을 상대로 화면을 옆에서도 볼 수 있는 광시야각 기술에 대한 특허권 공세를 시작했다.


올해 경쟁업체들의 5세대 제품이 쏟아져 나올 것에 대비해 선제공격을 가한다는 구상도 갖고 있다.


그는 "하도 치고 나가니까 업계에서 'LG 사람이 아니다'고 했대요"라며 빙긋이 웃었다.


구 사장은 1등 슬로건만을 앞세우는 경영인은 절대 아니다.


미국 시카고대 MBA 출신으로 AT&T 등 선진기업에서 경영수업을 받아 경영혁신에 대한 집착이 지독하다.


그가 제일 먼저 도입한 경영프로그램은 도요타의 간판방식(TPS).


본인을 비롯해 전임원이 도요타의 5박6일 교육과정에 들어갔다.


지난해까지 전 부서장과 관리자들을 일본에 보내 TPS 연수를 실시했다.


또 LG전자 창원공장의 혁신학교를 벤치마킹해 혁신학교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현재 각 공장별로 혁신학교를 운영해 현장 혁신인재를 육성하고 있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교육프로그램을 도입해 그룹에 전파시키기도 했다.


이같은 경영혁신활동의 결과 2001년 LCD 특허보유건수에서 샤프 히다치 도시바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5세대 라인도 최단기간에 안정적 수율을 달성했다.


구 사장은 "엔지니어들한테 뭘 한번 만들어 보라고 하면 처음엔 수율이 떨어지느니 뭐니 핑계가 많았지요. 이제는 척척 만들어 냅니다."


그는 사내 직원들과의 대화에서도 거침이 없다.


직원을 앞에 불러 놓고 "승진기회를 3번밖에 주지 않을테니 알아서 하라"고 말할 정도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어떻게 1등을 합니까. 계열사인 LG전자와 거래할 때도 절대 양보하지 말라고 합니다. 성과급이 걸려 있는데 무슨 소립니까."


그런데도 구 사장이 사내에서 신뢰를 잃지 않는 것은 직원들의 얘기를 많이 들어주기 때문이다.


그는 1주일의 절반가량을 구미공장 현장을 돌아보는데 할애한다.


주로 각 부문의 혁신TF팀을 방문해 진행상황을 점검하고 애로사항을 듣는다.


한번은 수염도 깎지 못하고 업무에 열중하고 있는 TF팀 사원을 보고 면도기를 선물하기도 했다.


변재환 노조위원장과는 한 달에 서너 번씩 식사를 같이 할 정도로 신뢰관계가 깊다.


구 사장은 "올해는 수익성 등 각종 지표를 20% 이상 높여 경쟁업체들과의 격차를 벌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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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력 >


<>1951년 12월 24일 부산생

<>78년2월 서울대학교 계산통계학과 졸업

<>78년7월~80년9월 한국개발연구원 근무

<>80년9월~82년6월 시카고대 경영대학원 수료

<>82년7월~85년11월 미국 AT&T 근무

<>86년12월~87년2월 금성반도체 이사

<>87년3월~96년2월 LG전자 상무

<>96년3월 LG화학 세계화 추진담당 전무

<>98년1월 LG반도체 대표이사 사장

<>99년10월 LG필립스LCD 대표이사 사장



김성택 기자 idnt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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