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가'라는 물음에 '그렇다'고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지난 연말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 40%가 행복하지 않고 특히 나이든 사람일수록 즐겁지도 행복하지도 않다고 답했다고 한다. 행복의 요건은 무엇인가. 어떻게 해야 행복해지는가. 철학자들은 무엇보다 자기중심적 성향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버트런드 러셀(1872∼1970)은 '행복의 정복'에서 행복해지려면 음식 집 건강 사랑 성취 소속집단에서 존경받는 것 등 외적 여건도 필요하지만 그에 앞서 자기 집착으로부터 탈피,인간과 사물에 대해 따뜻한 관심과 애정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자기 집착에 빠지면 열등감 두려움 시기 죄의식 자기연민 과대망상 등에 시달려 세상과 단절되거나 인생의 길을 제한해 불행해진다는 것이다. 러셀은 또 행복은 선한 생활에서 비롯되지만 그렇다고 의무감에 시달리는 도덕주의자가 되진 말라고 한다. 의무감은 일에선 유용하지만 인간관계에선 불쾌한 것이어서 나와 남 모두에게 행복을 안겨주지 못한다는 주장이다. 아놀드 토인비(1889∼1975) 또한 행복해지려면 자신을 세상의 중심에 두고 생각하는 틀을 깨고 다른 사람과 동식물, 초인적인 것까지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고 얘기했다. 모든 종교의 목표는 사람으로 하여금 자기중심성을 이겨내도록 돕는데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영국의 심리학자와 카운슬러가 행복지수 산출 공식을 내놨다는 소식이다. 인생관 적응력 유연성 등 개인적 특성, 건강 돈 인간관계 같은 생활여건 만족도, 자존심 기대 등을 수치화해 더하면 된다는 것이다. '언짢은 일을 주야로 묵상하지 말라'는 우스갯소리가 있거니와 공식을 만든 이들 역시 "현대인은 안 좋은 일은 크게,좋은 일은 작게 평가해 불행해 한다"며 친지와 잘 지내고, 취미를 즐기고, 분명한 목표를 세워 전력을 다하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매사에 마음을 다하고 정신을 집중하며 웬만큼 포기하면 얼마든지 행복해진다'는 틱낫한 스님의 말과 별반 다르지 않다. 행복이란 결국 소유가 아니라 마음 먹기에 달린 셈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