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미 대통령은 조세감면 등을 통해 앞으로 10년간 총 6천7백40억달러를 추가로 투입하는 내용의 경기부양책을 발표했다. 작년 중간선거 직후부터 이미 예고됐던 일이지만,예상보다 2배가 훨씬 넘는 규모인데다 시기적으로도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어 미국내 반응이 주목된다. 가뜩이나 경제사정이 좋지 않은 터라 이번 조치가 미국의 경기회복에 미칠 직·간접적인 효과에 대해 관심이 높은 건 당연하다. 대미 수출 비중이 큰 우리경제 입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부양책의 핵심은 말할 것도 없이 배당세 철폐다. 법인세를 매기고 또 배당소득에 과세하는 이중과세의 폐지를 일관되게 주장해온 미 공화당측 입장에선 그리 놀랄 일은 아니지만,이것만으로도 10년간 3천6백억달러의 세금이 감면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과감한 조치임에 틀림없다. 또한 2004∼2006년과 2006∼2010년 2단계로 나눠 추진키로 했던 소득세율 인하 등을 올해안에 앞당겨 시행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올해에만 9천2백만명의 납세자들이 1인당 평균 1천83달러의 세금을 덜 내게 된다. 문제는 이같은 조치가 침체에 빠진 미국경제에 과연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느냐는 점에 있다. 부시 정부측은 "세금이 감면되면 저축이 늘어나고 올해에만 최대 2백억달러 정도의 소비와 투자가 촉진될 것으로 예상되며,그 결과 앞으로 3년간 2백10만개의 일자리가 추가로 생길 것으로 기대된다"고 주장한다. 세금감면이 소비와 투자증대로 이어진다고 보는 점에서,이번 경기부양책은 지난 80년대 레이건 대통령 시절의 이른바 '공급사이드 경제학'의 복사판인 셈이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우선 단기적인 경기부양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 지적된다. 올해 지원금액만 따지면 1천억달러 미만으로 이 정도로는 10조달러 규모의 미국경제를 부양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세금감면이 소수의 부유층에만 집중됐다는 대목도 논란거리다. 프린스턴 대학의 폴 크루그먼 교수는 배당세 철폐로 인한 감세액중 절반 이상이 연간소득 20만달러 이상의 고소득층에 돌아간다고 비판했다. 고소득층은 저소득층에 비해 소비성향이 낮기 대문에 부양효과 또한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무역수지 적자가 사상 최대규모를 경신하고 있는 마당에 재정부담까지 가중시켜 자칫 과거의 '쌍둥이 적자' 망령이 되살아 나지 않을까 걱정되는 측면도 없지 않다. 이번 경기부양책의 성패 외에도 우리는 이같은 대목들을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