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들이 경험이 풍부한 중장년층 노동자를 해고하고 젊은이들을 많이 채용하는 것은 인건비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같은 일이라면 임금이 비싼 중장년층 대신 인건비가 싼 젊은 노동자를 고용하는 게 부담이 적다고 인식하고 있다. 게다가 중장년층은 업무의 변화에 적응하는 시간이 훨씬 더 걸린다는 의식도 갖고 있다. 불황으로 실적이 나빠진 기업들이 수익력을 높이는 방안을 찾을 때도 1차적으로 중장년층 노동자를 감원하는 방안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 경제가 강력한 국제 경쟁력을 갖고 있는 배경에는 고용 시장이 유연하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해고와 채용이 쉽기 때문에 기업 안에서 신진대사가 활발하다. 유럽 국가 및 일본과 비교해 실업률이 낮고 고성장을 지속하고 있고 기술 개발도 활발하다. 그러나 미국이 지금처럼 중장년 노동자를 대량 해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들의 귀중한 경험까지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중장년층을 대량 해고하고 젊은 노동자만을 고용하면 기업에 공동화를 몰고올 수도 있다. 또한 가족을 책임지고 있는 중장년층을 해고하면 사회 불안이 증가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중년층이건 젊은층이건 한쪽을 우선적으로 고용하지 말고 균형을 잡는 고용 정책이 필요하다. 만약 불황 때문에 종업원을 늘리는 것이 무리라면 중장년층을 서서히 줄이고 젊은층을 늘려가는 정책이 바람직하다. 이상적으로는 기업은 경기가 회복될 때를 대비해 불황기에도 새로운 기술 개발이나 사업에 투자하는 게 필요하다. 고용에서도 마찬가지다. 젊은 노동자를 고용해 훈련시키고 능력을 개발시키는 것은 기업의 사회적 책무다. 미국의 경우 30여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기술혁신의 시대를 겪어왔다. 반도체 컴퓨터 소프트웨어 등 신기술이 잇따라 탄생해 산업구조를 혁명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기존 제품을 장기간 생산하는 경우 이익은 생산규모에 의해 결정되고 관료적인 대기업의 조직이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 하지만 기술 혁신시대의 주역은 우수한 아이디어를 내놓는 젊은 벤처기업가다. 이들의 신기술은 생산성이 높고 일자리를 창출해 미국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그 결과 업적이 나빠진 기존 기업은 고용안정을 유지하지 못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환경 아래서 미국 노동자들이 안정적인 직업을 찾는 것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계약 사원의 비율이 높아지고 정사원들도 언제 해고당할지 걱정하는 상황이다. 이제 미국의 과제는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보수가 좋으면서도 안정된 일자리를 확보하는 것이다. 노동환경에 대한 불만이 높아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10년 전보다 노동 시간은 연간 7주 가량 증가했고 현재의 일자리도 언제 없어질지 몰라 불안감을 갖는 노동자들이 크게 늘고 있다. 빈부 격차가 갈수록 커지는데 대한 불만감도 팽배해지고 있다. 이러한 미국식 고용구조는 전세계적으로 파급되고 있다. 글로벌 경제 시대를 맞아 자본의 유동성이 높아져 지역과 관계 없이 임금이 낮은 기업들의 경쟁력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일본이나 유럽 등 세계 각국의 기업들은 10년 안에 미국식 고용구조로 전부 바뀔 가능성이 높다. 이제 노동시장의 유연성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현실이 되고 있다. 정리=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 -------------------------------------------------------------- ◇이 글은 미국 브랜다이스대의 로버트 라이시 교수(전 노동부장관)가 일본 닛케이비즈니스와 인터뷰한 '고용의 밸런스를 찾아라'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