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용품 시장에서는 뒤집기가 상대적으로 쉽지 않다. 주소비층인 주부들이 한번 마음을 준 브랜드를 좀체 "배신"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외환위기가 터진 1997년 이래 외국계 기업들의 약진은 괄목할 만하다. 유니레버와 P&G는 한국 생활용품시장에서 메이저로 자리를 잡았다. 물론 샴푸 세탁세제 등의 부문에선 여전히 LG생활건강이 굳건히 1위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바디클렌저 시장에선 유니레버가 선두를 달리고 있다. 샴푸시장에서도 유니레버와 한국P&G가 2위권을 형성하며 LG를 뒤쫓고 있다. 세탁세제 시장에서는 애경산업과 CJ가 2,3위를 다투고 있다. ◆샴푸 올해 샴푸시장 규모는 약 2천2백억원대로 예상된다. 이 시장에서는 프리미엄 샴푸 경쟁이 뜨겁다. 업계는 2000년까지 4백억원을 밑돌았던 시장이 올해 1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체시장의 45%를 점한다는 의미다. 한국경제신문과 CMS(www.cms.co.kr)가 전국의 약 2백개 대형 슈퍼마켓 판매실적을 토대로 지난해 12월의 프리미엄 샴푸 점유율을 분석한 결과 LG생활건강의 엘라스틴이 19.6%로 선두를 달리고 그 뒤를 유니레버의 도브(13.6%)와 한국P&G의 팬틴(10.5%)이 쫓고 있다. 4위는 애경산업의 케라시스(3.9%). 프리미엄 샴푸에서는 엘라스틴의 도약이 돋보인다. 11월까지만 해도 이 시장에선 도브가 선두였다. 물론 생활용품의 경우 할인점 유통이 30%를 차지하고 있어 슈퍼 중심의 점유율이 전체를 대변한다고 말하긴 어렵다. 특히 외국계는 백화점·할인점 중심으로 영업하고 있어 슈퍼 유통을 장악하고 있는 LG가 CMS 점유율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업계가 파악하고 있는 점유율과도 차이가 난다. 조사전문업체 AC닐슨이 파악한 지난해 11월 시장점유율(괄호안은 10월)은 도브 14.5%(14.4%),팬틴 16.9%(14.3%),엘라스틴 13.0%(11.4%)다. 도브와 팬틴이 선두를 다투고 있다. 이 자료에서도 도브는 약보합세이고 엘라스틴은 상승세라는 추이는 뚜렷하다. 도브가 부진했던 것은 유니레버가 지난해 11월 출시한 슈퍼 프리미엄급 샴푸 '럭스슈퍼리치'에 힘을 집중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반면 '엘라스틴'은 10월 '퍼밍리프트''하이드라 모이스처' 등 모발 타입별로 골라 쓸 수 있도록 제품군을 보강해 전열을 재정비했다. 이를 기점으로 다양한 이벤트를 벌여 점유율을 끌어올린 것으로 보인다. LG생활건강측은 "올해 연평균 시장점유율을 17%대로 끌어올려 엘라스틴을 전체 샴푸 중 1위 브랜드로 발돋움시킨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유니레버 관계자는 "럭스슈퍼리치 샴푸와 도브를 내세워 2004년에는 샴푸시장 점유율을 27%로 끌어올려 1위 LG생활건강을 꺾겠다"고 밝혔다. ◆세탁합성세제 세탁세제 시장 규모는 올해 약 3천2백억∼3천3백억원으로 추산된다. 세탁세제 시장은 현재까지는 조용한 편이다. 2000년 LG생활건강 '한스푼테크',애경 '퍼펙트 하나로'가 출시된 후 표백·살균 기능을 겸비한 이른바 '삶은효과세제'가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정도다. 하지만 올해는 오랜만에 '움직임'이 잡힌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가전시장의 총아로 꼽히는 드럼세탁기가 뜨기 시작하면서 3년 만에 새로운 제품군이 형성될 조짐이 있다는 것. CMS 분석에 따르면 업체별 시장점유율은 LG생활건강이 35.2%로 선두를 달리고 그 뒤를 애경산업(26.8%)과 CJ(23.9%)가 뒤쫓으며 치열하게 2위를 다투고 있다. 업계가 밝히는 점유율도 이와 유사하다. 지난해 11월 점유율은 LG생활건강(36.6∼37.0%),애경산업(27.3∼27.4%),CJ(21.5%) 순이다. 드럼세탁기의 시장 상황은 2~3년 전 김치냉장고 시장이 폭발하기 직전과 흡사하다고 한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향후 드럼세탁기 전용세제의 성장 가능성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현재 드럼세탁기 전용세제 시장에 첫발을 디딘 업체는 LG생활건강.유럽 헨켈사도 제품을 유통시키고 있다. 애경도 이 시장을 겨냥해 상반기 중 '퍼펙트 하나로'를 리뉴얼한다. 패키지를 고급스럽게 바꾸는 한편 드럼세탁기에도 쓸 수 있는 겸용 세제라는 점을 대대적으로 강조할 계획이다. 애경 세탁세제부문 진동일 본부장은 "스파크 등 우위를 달리고 있는 브랜드에 마케팅력을 집중하는 '브랜드별 1위 전략'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디클렌저 보디클렌저 시장은 슈퍼마켓에서 매년 30% 이상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화장품 채널과 합친 시장 규모는 9백억원대(매출액 기준). 올해도 지난해보다 15% 이상 커질 것으로 보인다. CMS에 따르면 이 시장에서는 유니레버가 60.8%(12월)의 점유율로 독주하고 그 뒤를 LG생활건강(16.6%)이 쫓고 있다. 3위권에서는 피죤 애경산업 태평양 등이 5∼8%대에서 혈투를 벌이고 있다. 브랜드별로는 도브가 52.2%로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새로 런칭한 커레스도 8.5%로 출발이 좋은 편이다. AC닐슨이 파악한 시장점유율도 CMS 점유율과 유사하다. 지난해 10월 AC닐슨 점유율은 도브가 42.1%이고 그 다음은 LG생활건강(세이,세쏘) 16.6%,피죤(마프러스) 7.4% 순이다. 도브 보디클렌저는 피부 타입에 따라 다양하게 골라 쓸 수 있는 보습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는 것이 돋보인다. 커레스는 아로마향 컨셉트를 강조하면서 소비자의 취향을 폭넓게 공략하고 있다. 유니레버 김재경 마케팅 이사는 "현재 도브의 점유율은 40∼50%로 파악된다"며 "올해는 점유율을 60%대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