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올 R&D예산에서 BT(바이오 기술)가 처음으로 IT(정보기술)를 앞지를 전망이다.


과학기술부 등은 연구과제의 대형화 체계화 등을 통해 BT육성을 최대 과제로 내걸었다.


그러나 국내 바이오 산업을 회생시킬 수 있을지는 한마디로 의문이다.


제대로 된 바이오벤처로 코스닥에 등록된 곳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6백여개에 이르는 바이오벤처중 이미 4백여개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빈사상태의 바이오산업을 회생시킬 수 있는 처방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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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벤처인 P사는 바이오인포메틱스(생물정보학) 분야에서 그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창업 4년째지만 매년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초창기에 창업투자회사 등으로부터 투자유치한 20억원은 이미 바닥난 지 오래다.


H 사장은 "지난해부터 매각을 시도하고 있지만 이 또한 여의치가 않다"고 털어놓는다.


그는 "기술력은 있으나 자금난에 허덕이는 바이오벤처를 손으로 꼽을 수 없을 정도"라며 "자금력 있는 기업과 연결시켜 주는 M&A(기업인수합병) 시장의 활성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M&A만이 살길이다.'


바이오산업을 침체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한 첫번째 과제는 M&A 활성화다.


바이오벤처협회 조사결과 바이오벤처의 절반 이상은 자본금이 10억원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정도 자본금으로는 신약개발은커녕 기초기술조차 확보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정성욱 인큐비아 사장은 "기술개발비가 엄청나면서도 시간이 오래 걸리는 바이오 산업의 특성상 장기적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술과 자본,경영이 서로 합쳐질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제 상당수 벤처기업들이 주목받는 기술을 개발해 놓고도 이를 상품화할 자금이 없어 문닫을 위기에 빠져있다.


이미 업계에서도 M&A 필요성은 인식하고 있다.


바이오벤처협회 김소형 팀장은 "시장상황이 갈수록 나빠지면서 벤처기업들 사이에서 뭉쳐야 산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밝힌다.


그러나 M&A에는 여러가지 장벽이 있다.


돈이 있는 쪽에서 M&A에 적극 나서야 하는데 바이오 업계에 자금력 있는 기업을 찾기가 쉽지 않다.


조영국 우리기술투자 생명공학팀장은 "대기업과 제약회사가 바이오벤처를 인수하거나 공동 연구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유사한 아이템과 연구주제를 가진 회사들을 하나로 묶어 규모를 키우는 것도 한 가지 해법이다.


"바이오칩을 개발하는 10개 정도의 회사 가운데 3개가 합쳐 인건비를 낮추고 마케팅에 집중하면 2년 안에 연간 2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조영국 팀장)는 것이다.


실적이 없는 자본금 5억원 규모의 벤처들을 1억원 규모로 감자한 후 10개를 합쳐 10억원짜리 탄탄한 벤처로 키우는 방법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밖에도 △바이오 분야 유통전문 회사와 고부가가치 연구개발 회사 △IT기업과 BT기업의 합병 등도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김완주 바이오벤처협회 회장은 "업계가 자발적으로 M&A붐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인수합병에 따른 조세감면 등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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