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업계 최초의 여성 임원,최초의 여성 소방지휘관,첫 여성 전투기조종사,사법시험 여성합격자 역대 최고의 비율 등 승진 임용 사회활동에 있어 '여성'들이 크게 주목을 받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그동안 우리나라 여성들이 남성들에 비해 조직의 중책을 맡거나 요직에 오르는 일이 적었기 때문이다. 외국과 비교하면 여성들에게 문턱이 높은 분야는 아직도 사회 곳곳에 많다. 그런데 최근 대졸신입사원 공개채용에서 여성 지원자들이 대거 합격되고 있어 고무적이다. 이와 같은 여성의 강세 현상은 IT(정보기술) 금융업종 등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데,중공업 화학 섬유 등의 업종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기업들은 지난해 여성 채용규모를 20% 이상 늘렸다. 사회의 이러한 흐름은 '여성인력의 활용이 기업경쟁력을 높인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오늘날 여성의 사회 참여는 기업 발전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선진국가로 나아가기 위해서도 필요불가결해지고 있다. 세계적 컨설팅 회사인 매킨지(McKinsey & Company)가 발간한 '우먼코리아 보고서'는,한국이 오는 2010년까지 지식과 서비스 중심의 산업구조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3백만개의 신규 일자리와,이중 1백20만개의 전문직이 창출될 것으로 예상했다. 아울러 고급 여성인력의 활용을 90% 수준까지 올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래지향적인 여성정책의 실현은 국가의 미래를 변화시키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한편 우리나라 여고생들의 대학진학률은 67.6%(2002년)일 만큼 고학력화되고 있고,특히 모성애와 교육열이 세계 어느나라 여성보다 강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얼마전 미국 프로 풋볼 리그 올스타에 뽑힌 선수가 인터뷰 때 "오늘의 내가 있기까지는 한국인 어머니 덕분에 가능했다. 누구 못지 않게 많은 연습을 한 것도 사실이지만 동료와 주위사람들에 대한 겸손과 팀을 먼저 생각하는 희생 정신은 바로 한국인 어머니로부터 배운 것"이라고 말한 내용이 인상 깊다. 이처럼 우리나라 여성들은 '섬김'과 '봉사'의 미덕이 내면화돼 있다. 이러한 특성은 책임감과 성실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보다 많은 여성들이 자신의 능력계발과 더불어 가정과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의식'과 '문화'다. 제도적인 개선을 효과적으로 실행하기 위한 구성원들의 공감대와,문화의 확산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남성의 자리를 빼앗는 것이라는 제로섬(Zero-sum) 사고에서 벗어나,배타적인 관계가 아니라 보완적 관계로 보는 시각이 중요하다. 그러므로 남녀 성별을 구분하지 않고 구성원들의 능력을 살릴 수 있도록 적재적소에 활용하며,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정책을 수립,시행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직·간접적으로 여성의 경제활동을 제약하는 제도적·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고,사회 인식에 따른 기회의 불균등을 해소하는 데도 힘써야 한다. 채용 승진 출산 육아 보육 직장문화 등 여성의 사회활동을 가로막는 관행들을 국가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으로 풀어나가야 한다. 우리 앞에 놓인 장애물들을 단숨에 뛰어넘어 여성정책의 비전을 이룰 수 있으리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 그렇지만 일관성 있는 정책 시행과,개선을 위한 노력이 가시적인 성과를 나타내 정부를 신뢰할 수 있게 하지 않으면 안된다. 아울러 여성 네트워크를 활성화해 경험과 정보와 학습을 공유하며,서로 지원하는 역할을 확대할 때 성장과 발전은 가속화될 것이다. 오는 2월25일 노무현 정부가 출범한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대선때 여성분야 공약에서 호주제(戶主制) 폐지를 통해 양성(兩性) 평등 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또 유아 보육료의 절반을 국고에서 지원하며,여성관리직 임용목표제 도입,여성의원 비율을 지역구 30%,비례대표 50%로 늘리는 등 여성의 권익보호와 지위향상을 위한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새로운 각오와 의지로 시작하는 2003년을 맞아 국민들의 화합과 성원을 바탕으로 여성정책의 꽃을 피우는 정부가 되기를 기대한다. kslee@sookmyu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