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공약인 상속·증여세의 완전포괄주의 도입이 예상보다 빨라질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당선자가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완전포괄주의는 헌법상 논란이 있을 수 있으나 위헌이 아니라고 본다. 위헌 논란이 있으면 법적 근거를 만들어서라도 해야 한다"고 강력한 의지를 밝힘에 따라, 재정경제부는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미국 독일 일본 등의 관련 법조문을 검토하는 등 도입준비를 서두르고 있다고 한다. 변칙·탈법적인 '부(富)의 대물림'을 막아야 한다는 당위성에는 누구도 이의가 있을 수 없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사회의 빈부격차가 어느 때보다 확대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완전포괄주의 도입에 따른 현실적인 어려움을 결코 가볍게 봐서는 안될 것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걱정되는 대목은 세무당국의 재량권 남용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완전포괄주의에서는 현행 상속·증여세법에 규정돼 있는 14개 과세유형 대신 '사실상 이익의 증여' 여부가 과세요건이 되는데,사실관계의 입증이 쉽지 않아 일선 세무당국의 자의적인 판단이 개입될 소지가 많다. 우리 헌법이 59조에서 "조세의 세목과 세율은 법률로 정한다 "고 이른바 조세법률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것은 이같은 현실적인 어려움도 감안한 결과라는 점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완전포괄주의는 기본적으로 이를 법원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관건이다. 과세대상 등을 법에 열거하지 않고 시행령에 위임하는 것을 위헌이라고 판시해온 헌법재판소의 견해가 바뀌지 않는 한 재경부가 생각하는 형태의 완전포괄주의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이다. 현행 유형별 포괄주의에서는 변칙적인 상속·증여세 탈루를 막을 수 있는 길이 없다는 시각에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새로운 금융상품 등을 이용한 탈세를 막으려면 재경부가 좀더 기민하게 대응하면 된다. 또한가지 유의해야 할 사항은 완전포괄주의를 도입해도 부유층의 조세회피를 막기 어렵고,공연히 부작용만 우려된다는 점이다. 외환자유화가 이뤄진 지금은 남미에서처럼 재산을 해외로 반출시키는 '자본도피(Capital Flight)'현상이 확산될 경우 마땅한 대책이 없는 게 사실이다. 이점에서 볼때 "완전포괄주의가 도입되더라도 경제·사회적 파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재경부 관계자의 견해에 우리는 동의할 수 없다. 정책당국은 완전포괄주의가 위헌이냐 아니냐는 법리를 따지기에 앞서,그 실효성이나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보다 면밀히 검토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