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자원부가 소위 산업정보화특별법 제정에 나서기로 함으로써 IT 정책 주도권을 둘러싼 부처간 갈등이 한층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잦은 갈등의 연장선에서 생각하면 새로울 것도 없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기업들의 입장에서 보면 참으로 피곤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산업정보화의 필요성은 명백하다. 그동안 IT 인프라는 비약적 성장을 했지만 IT 활용도 등을 감안한 산업정보화 수준은 기대보다 낮은 것이 우리의 엄연한 현실이다. 이 때문에 IT 투자는 늘어도 생산성은 그만큼 따라주지 않는 소위 '생산성 역설'이 남의 얘기가 아니란 지적도 많았다. 더욱이 비(非)IT 산업으로의 정보화 확산없이는 IT 산업의 성장 또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도 산업현장의 IT 활용,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유기적 결합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과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산업정보화가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다면 여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테지만 그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정부의 정책이다. 산자부 정통부 중기청 등이 제각기 산업정보화를 추진하겠다고 나서면서 정부의 역량 자체가 분산됐을 뿐 아니라 서로 중복된 사업들을 벌이는 바람에 업계는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를 지경인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산업정보화 인력의 양성이나 법 제도 측면의 각종 장애요인 해소 등도 그 추진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산자부가 특별법의 형태를 들고 나온 것은 이런 현실 때문이겠지만 문제는 이를 계기로 부처간 특히 산자부와 정통부간 알력이 더욱 격화될 것이 뻔하다는 점이다. 특별법이 정보화촉진기금 활용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만으로도 그러하다. 정책적으로 봐도 포스트 PC,디지털 가전,차세대 반도체,게임 등을 둘러싸고 두 부처간 갈등이 있어 왔던 터에 정통부 역시 올해부터 우수한 IT 인프라 위에서 각 산업을 활성화하는 데 정책적 역점을 두겠다고 천명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런 갈등으로 피해를 보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IT 산업이든 비IT 산업이든 간에 기업들이다. 일각에서는 이런 부처간 갈등을 두고 중복은 불가피하며 또 중복을 통한 경쟁도 필요하다고 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지금의 중복은 그런 범위를 분명히 벗어났으며 중복을 통한 경쟁이란 것도 어디까지나 '관리'가 제대로 될 때만이 효용이 있는 것이다. 대통령 당선자가 강조하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 차원에서 보더라도 이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른 IT 정책 갈등 문제는 어떤 형태로든 해결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