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금융계에는 크고 작은 뉴스들이 만발했다. 전진과 희망으로 기록된 좋은 일도 있었던 반면 걱정과 불안으로 이어진 어두운 이슈도 많았다. 신용카드 사용 확대와 은행들의 가계 대출 문턱 낮추기가 도를 지나쳐 신용불량자 양산 사태로 이어진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었다. 국민은행의 전산 통합 완료와 하나.서울은행의 합병은 은행 구조조정이 한발 더 나아간 의미를 담고 있다. 한국금융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올해의 10대 뉴스를 정리한다. (1) 하나.서울 합병-은행 대형화 박차 하나은행은 미국계 론스타 펀드를 누르고 서울은행 인수에 성공했다. 자산규모가 각각 60조원과 27조원으로 중.하위권에 머물렀던 하나 서울 두 은행은 지난 1일 합병으로 단숨에 국민, 우리은행에 이어 국내 3위의 대형 은행으로 도약했다. 자산규모 2백조원대의 국민은행이 독주하는 가운데 우리은행과 하나은행마저 1백조원대로 뒤를 쫓아가자 신한 조흥 외환 등 다른 은행들은 대형화를 서두를 수 밖에 없게 됐다. 이미 신한과 제일은행은 정부의 조흥은행 매각 입찰에 참여, 한판 세 대결을 벌이고 있다. (2) 조흥銀 매각 추진 조흥은행 매각은 연말 금융계를 뜨겁게 달궜다. 정부가 보유중인 조흥은행 주식 물량을 분산해 판다고 하는 기존 입장을 바꿔 지난 10월말 전격적으로 경영권(지분 51% 이상)을 입찰에 붙인 것이 시발탄이었다. 신한금융지주가 곧바로 인수제안서를 내고 제일은행을 앞세운 서버러스 컨소시엄과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사전 밀약설 등 온갖 풍문과 헐값 시비를 낳으며 정부 당국과 금융노조간 첨예한 갈등으로 비화되기도 했다. 최종 입찰제안서 마감 결과 신한지주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것으로 전해졌다. (3) 롯데, 동양카드 인수 올해 카드업계에 지각 변동을 일으킨 사건이다. 삼성 LG 현대 등 대기업 3사가 공격적인 영업전략을 앞세워 주도하던 시장에 신한카드 우리카드 등이 모회사인 은행(신한은행 우리은행)에서 독립, 전업계 카드사로 새출발한데 이어 롯데까지 가세함에 따라 '무한경쟁 시대'가 열렸다. 특히 백화점 카드회원 5백40만명, 롯데닷컴 회원 2백만명 등 잠재고객을 확보하고 백화점 할인점 호텔 편의점 외식업체 등 전국적으로 2천여개의 매장을 거느린 롯데의 등장은 기존 업체들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했다. (4) 저금리속 가계부채 급증 저금리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개인 대출이 급증하면서 가계 부채가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 지난 9월말 현재 개인 부문의 부채는 4백36조원으로 사상 최대다. 개인들이 은행에서 연 6% 수준에 주택담보 대출을 손쉽게 받을 수 있게 되자 이 돈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가 아파트 값 급등을 초래하기도 했다. 정부가 뒤늦게 가계대출 억제책을 시행하면서 고삐가 죄긴 했지만 이미 불어난 가계부채는 쉽사리 줄어들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잡기 위해 은행들의 자율적인 대출까지 규제한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5) 신용불량 급증-개인 워크아웃 도입 가계 부채의 급증 여파로 신용불량자 수가 지난 11월 2백57만명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제활동 인구의 11%가 '신용 전과자'가 된 셈이다. 신용불량자가 급증하면서 정부는 지난달부터 개인워크아웃(신용회복지원) 제도를 도입했다. 개인워크아웃이 개시되면 신용불량 등록에서 즉시 해제되는 한편 정상적인 경제생활을 영위할 수 있기 때문에 이 제도는 신용불량자들에게 커다란 희망으로 떠올랐다. 채무는 장기 분할 상환(최대 5년)하면 되고 이자 감면이나 원금 감면(최대 33%) 혜택까지 받을 수 있다. (6) 은행 주5일 근무 전격 시행 지난 5월23일 26개 금융회사와 전국금융산업노조는 주5일 근무제 실시에 전격 합의했다. 이들은 7월1일부터 주5일 근무제를 실시하되 월차 12일, 연차 8일, 체력단련휴가 6일 등 모두 26일의 휴가를 없애기로 했다. 정부와 노사가 실시 시기와 방법 등을 놓고 지루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던 상황에서 갑자기 이뤄진 합의였다. 당초 우려했던 금융대란이나 고객 불편은 기우에 불과했다는게 지금까지의 평가다. 은행들의 주5일 근무제 시행은 은행 직원들의 생활패턴을 바꿔 놓은 것은 물론 사회 전반에 주5일 근무를 확산하는 계기가 됐다. (7) 대부업법 제정 지난 10월27일부터 대부업법이 시행돼 사채시장 양성화에 전기가 마련됐다. 제한 최고 이율은 논란 끝에 연 66%로 정해졌고 대부업자에게는 등록이 의무화되고 불법적인 채권추심 행위가 규제됐다. 과거 고리대금업자라고 비난받던 사채업자들이 속속 대부업체로 명패를 바꿔 달았다. 그러나 당초 의도와 달리 사채시장에는 연 1백50% 이상의 고리채가 여전히 만연하고 대부업체간 약육강식이 빠른 속도로 전개됐다. 토종 사채업자는 사이버 사채업으로 모습을 바꾸거나 사라지고 대신 영업 노하우와 자금력을 앞세운 일본계 대금업체가 시장을 장악했다. (8) 한화, 대한생명 인수 대한생명이 한화그룹을 새 주인으로 맞았다. 대생은 지난 99년 최순영 회장이 구속된 후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경영관리 명령을 받으면서 매각 작업이 진행됐다. 그러나 공개입찰이 수차례 유찰됐고 한화그룹 주도의 한화 컨소시엄이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이후에도 매각 가격과 인수자격 문제로 공적자금관리위원회의 승인을 받지 못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한화 컨소시엄은 10월28일 예금보험공사와 본계약을 체결하고 인수대금의 절반인 4천1백18억원을 우선 납부했다. 대생은 지난 12일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열어 김승연 회장, 고영선 사장 체제를 출범시켰다. (9) 공정공시제도 시행 올해 증권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최대 화두로 떠오른 것은 단연 '공정공시' 제도다. 지난 11월부터 시행에 들어간 이 제도는 기업이 애널리스트나 기관투자가 등 특정인에게만 기업의 미공개 중요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에는 그 내용을 일반투자자에게도 동시에 공시하도록 의무화한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일부 기업들이 공정공시를 핑계 삼아 회사에 부정적인 정보는 무조건 '모른다'는 식으로 감추거나 근거 없는 '장밋빛 전망'만을 내보내 오히려 '정보 왜곡의 창구'가 되고 있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 (10) ECN시장 본격 운영 '야간증시'로 통하는 ECN시장이 본격 운영되기 시작한 것도 올해 증권가의 주요 화제로 꼽힌다. 정규시장이 끝난 후에도 주식 거래가 가능한 ECN은 지난 2001년 12월27일 처음 거래를 시작, 이제 1년이 됐다. 거래시간은 오후 4시20분부터 오전 9시까지이고 정규시장에서 마감된 종가로 거래하고 있다. 하지만 가격변동폭이 부여되지 않은 탓으로 거래가 부진해 ECN 시장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와 관련, 최근 재정경제부에서는 내년부터 가격변동 매매를 허용키로 방침을 정했다. < 경제부 금융팀.증권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