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들이 내년에 중국진출을 한층 강화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한다. 현지 생산을 늘리기 위해 대대적으로 투자하는 것은 물론,중국 현지법인을 제2의 본사로 키우는 전략을 추진하는 기업도 있다는 것이다. 생산거점의 다기화는 글로벌 경쟁 시대의 일반적인 추세이고 엄청난 잠재력을 지닌 중국시장 공략을 위해서도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중국 진출 업종이 경쟁력을 잃고 있는 섬유 신발 등 노동집약적인 산업에 그치지 않고 노트북 PC,TFT-LCD,벽걸이 TV,디지털 캠코더,CDMA 단말기,컬러 강판 등 첨단산업에 속하는 고부가가치 기술집약적 업종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향후에도 상당기간 국내 제조업을 끌고 가야할 산업이 바로 이들인데,중국생산 확대는 국내 제조업의 공동화 현상을 앞당기고 대량의 실업문제까지 불러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기업의 경우 내년 신규인력을 국내보다 중국에서 훨씬 더 많이 뽑는다고 한다. 올해 대졸자 취업률이 60%로 청년실업자가 넘치고 있는 상황이고 보면 안타깝고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기업들이 국내투자를 주저하면서 중국투자를 확대하는 이유는 너무도 자명하다. 우선 중국 현지생산이 국제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지정부의 지원을 받는 것은 물론 정부의 규제와 간섭도 거의 없다. 열악한 우리의 기업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당위성과 필요성은 그동안 수없이 제기돼 온 만큼 앞으로 어느 정도의 개선이 기대되기도 한다. 그러나 고부가 첨단업종의 중국 진출이 러시를 이루는 것을 보면 이제는 한두가지 여건을 개선한다고 해서 투자의욕이 되살아나기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차기 정부는 기업정책을 근본부터 재검토해 지금의 위축된 투자분위기를 일신할 필요가 있다. 그러자면 경제력 집중 억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현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를 성장잠재력 확충 위주로 바꾸지 않으면 안된다. 성장을 억제하는 정부규제는 한둘이 아니다. 30대 대기업 계열사가 순자산의 25%이상을 타기업에 출자하지 못하도록 하는 출자총액제한도 그렇고,경제력 집중 억제에만 초점을 맞춘 공정거래법도 문제다. 노조의 불법파업이 횡행하는 노동계 풍토 또한 기업경영을 어렵게 하는 요인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각종 규제와 날로 팽배하고 있는 반기업적 정서가 국내기업의 한국 탈출을 강요하고 부추기는 것은 아닌지 모두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