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세계보건기구(WHO)는 21세기 인류를 괴롭힐 질병의 하나로 우울증을 꼽았다. 흔히 스트레스라고 치부하며 쉽게 생각해 오던 우울증이 이제는 삶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질병으로 우리를 짓누르고 있는 것이다. 우울증은 일생 동안 한번은 누구나 경험하는데 병으로 앓는 경우는 여자가 20%,남자가 10% 정도라고 한다. 여성 발병률이 높은 것은 산후와 임신 중 급격한 심리적인 변화를 겪고 남성보다 사회생활의 갈등이 더 깊기 때문이다. 과거 링컨과 처칠도 심하게 앓았다고 하는 우울증은 선진국일수록 많으며 우리나라의 경우도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전문가들은 걱정하고 있다. 연간 자살자의 70∼80%에 해당하는 5천명 가량이 우울증 환자로 추산될 정도이다. 최근만 해도 교수 의사 등 전문직 종사자들 중에도 이 병을 이기지 못해 종종 묵숨을 끊는 사례가 있었다. 의학적인 병명은 아니지만 우리가 화병 또는 울화병이라고 일컫는 것도 일종의 우울증이다. 우울증의 원인이 무엇인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뇌의 정보를 전달하는 신경전달 물질의 화학적 불균형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추측할 뿐이다. 심리적인 요인이 더욱 비중있게 거론되기도 하는데,가정 직장 사랑 금전 신체 등에서 상실감을 느끼거나 조화롭지 못할 때 발병확률이 높다고 한다. 이 경우 매사를 부정적으로 보게 되며 부정적인 생각은 우울한 기분을 불러 일으키고 우울한 기분은 부정적인 생각을 더욱 심화시키는 악순환이 계속되면서 우울증으로 발전한다는 것이다. 이 병의 증세는 쉬 피로하고 가슴이 답답하고 식욕이 떨어지면서 체중이 감소하고 밤잠을 설치게 된다. 그래서 만사가 짜증나고 세상일이 귀찮아지는데,죽고 싶은 충동이 드는 것은 이 때문이다. 우울증은 듣기 거북한 정신병으로 분류되긴 하지만 숨길 일은 아닌 것 같다. 누구나 생활을 하다 보면 실패와 상실감을 경험하면서 우울한 기분에 젖게 된다. 우울증을 생활의 여정에서 겪는 '마음의 감기'쯤으로 생각한다면 결코 겁낼 병은 아니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