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학로. 인사동,홍대앞과 더불어 서울의 대표적인 '문화의 거리'로 손꼽힌다. 공연과 외식 쇼핑이 한 곳에서 가능하기 때문에 주말이면 10만명이 넘는 젊은이가 이곳을 찾는다. 혜화동 로터리에서 이화동 네거리까지 반경 1㎞에 달하는 거리에는 소극장 음식점 찻집 등이 빼곡이 들어서 있다. 일요일인 지난 22일 저녁 7시. 어둠이 깔린 대학로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몰려나온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골목마다 들어선 38개 소극장 앞에는 공연을 보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윤종신 콘서트를 보러 여자친구와 함께 왔다는 차민영씨(24)는 "1,2만원이면 공연을 즐길 수 있어 대학로를 자주 찾는다"고 말한다. 지하철 혜화역 바로 옆에는 대학로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마로니에공원이 자리잡고 있다. 사람들이 몰려드는 주말이면 이곳에서는 다양한 공연이 펼쳐진다. 미래의 스타를 꿈꾸는 아마추어 가수,개그맨,댄스그룹 등이 남몰래 갈고 닦은 기량을 선보이곤 한다. 오랜만에 대학로를 찾은 이에겐 거리공연을 보는 것만으로도 한 두 시간이 후딱 지나간다. 여름 내내 대학로에서 댄스공연을 했다는 고등학생 김기성군(17)은 "대학로는 실전연습을 할 수 있고 관객과 직접 만날 수 있는 중요한 무대"라며 "몇몇 친구들은 이곳에서 연예인 백댄서로 픽업됐다"고 자랑한다. 초상화를 그리거나 사주를 보는 모습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포근한 날씨 덕에 화가와 점술가 앞에는 젊은이들이 몰려 있다. 대로변에서 골목으로 들어가면 레스토랑 재즈바 찻집들이 즐비하다. 중세 성(城)을 닮은 레스토랑,유리로 지어진 재즈바 등 독특한 양식의 건물들이 곳곳에 들어서 있다. 재즈바를 찾은 직장인 이미영씨(31)는 "남편이 대학로 카페에서 청혼했을 때 분위기에 취해 프로포즈를 받아들였다"며 대학로의 낭만적인 분위기를 칭찬한다. 혜화역 횡단보도를 건너면 로드숍 음식점 등이 몰려있는 대명거리가 나온다. 이곳에는 마로니에공원쪽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운치있는 가게들이 몰려 있다. 유럽풍 찻집에서 만난 김은정씨(22)는 "대학로를 잘 아는 사람들은 물가가 비싼 건너편보다 대명거리를 즐겨찾는다"고 얘기한다. 길게 늘어선 분식집들과 순대골목도 대명거리의 자랑거리다. 찾아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대학로는 지금 변화의 물결을 타고 있다. 변화의 첨병은 패션 브랜드 로드숍들이다. 현재 대명거리 대로변은 쌈지 지오다노 이랜드 아이젠포스트 등 의류 브랜드 가게들이 대거 들어섰다. 영화관 건립 붐도 새로운 변화로 꼽을 수 있다. 영화관으로는 동숭시네마텍 하나만 운영되고 있는 대학로에 조만간 2개의 영화관이 들어선다. 대학로발전추진위원회 이덕희 이사는 "로드숍과 영화관이 가세함에 따라 대학로가 볼거리 먹거리 살거리를 모두 갖춘 상권으로 거듭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학로의 달라진 모습에 실망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문화의 향취는 점점 사라지고 유흥가의 상혼만 강해졌다는 것이 이들의 지적이다. 마로니에공원에서 만난 직장인 박정화씨(26)는 "강남 스타일의 평범한 술집만 잔뜩 늘어났다"며 "이제는 대학로와 강남이 무슨 차이가 있는지 알 수가 없다"고 불평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