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가 아닌 감각을 팔아라.팽팽한 긴장감을 즐기는 사람만이 새로운 아이디어로 고객을 감동시킬 수 있다." 커피의 개념을 바꿔 놓은 스타벅스의 하워드 슐츠(47) 회장 겸 CGS(Chief Global Strategist.최고글로벌전략가)가 직원들을 만날 때마다 강조하는 경영철학이다. 전세계 30개국에서 6천여개의 점포를 보유한 "커피 제국"의 수장답게 그는 적극적인 성격의 소유자다. 세계적으로 하루 평균 3~4개의 체인점을 개설하는 공격적인 경영방식도 이런 성격에서 기인한다. 주말이면 자신이 1대 주주로 있는 미 프로농구(NBA) 시애틀 슈퍼소닉스 경기를 관람하며 괴성을 지르는 인물로도 유명하다. '커피문화'를 팔아라 슐츠의 적극성은 어린 시절부터 형성됐다. 1953년 뉴욕 브루클린에서 트럭 운전사의 아들로 태어난 슐츠는 넉넉치 못한 가정형편 때문에 일찍부터 혼자 살아남는 법을 배웠다. 노던 미시간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역시 미식축구 쿼터백으로 전액 장학금을 받아 진학했다. 대학 졸업후 슐츠는 제록스에 입사,영업사원으로 사회 생활의 첫발을 내디뎠다. 기회를 찾아 여러 회사를 옮겨 다니던 그는 스웨덴계 가정용품 회사 해마플라스트에서 주방기기 판매로 능력을 인정받아 단기간에 미주지역 책임자로 승진했다. 앞날이 보장돼 있던 연봉 7만5천달러의 직장을 그만두고 커피판매 사업에 눈을 놀린 것은 29세 되던 해. 시애틀의 한 소매상에서 커피 관련 용품 주문이 쇄도하는 것을 보고 무한한 가능성을 발견한 직후였다. 82년 지분 참여로 스타벅스에 합류한 슐츠는 마케팅 총괄 책임을 맡았다. 당시 스타벅스는 매장 4곳을 가진 시애틀의 조그만 커피업체에 불과했다. 그는 이곳에서 단순한 원두 소매업이 아닌 "커피 문화"를 팔겠다는 야심을 키웠다. 유럽 각국을 돌며 아이디어를 모으던 슐츠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배리스타(baristar)"란 독특한 시스템을 발견,이를 스타벅스에 도입했다. 배리스타란 "음식을 만드는 사람"이란 뜻으로,이탈리아인들은 커피숍에서 배리스타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친밀한 관계를 유지한다는 데서 영감을 얻었다. 80년대 중반까지만해도 미국에서 커피란 그저 레스토랑에서 후식으로 판매되는 것이라 여겨졌기 때문에 슐츠의 전략은 큰 반향을 일으켰다. 스타벅스 매장은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곳이 아니라 재충전과 사교를 위한 장소로 커다란 인기를 얻게 됐다. 고객들이 3달러 짜리 음료를 마시는 것이 아니라 고급스런 취향의 커피를 소비한다는 느낌을 받도록 내부 인테리어 하나하나에 스타벅스만의 고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샌드위치나 커피 이외의 각종 음료,나아가 음악CD 판매 등을 통해 성장세를 이어 나갔다. '가장 일하기 좋은 직장' 슐츠는 종업원을 우선시하는 경영인으로도 정평이 나 있다. 시간제 아르바이트 사원들에게까지 의료보험을 제공하고,모든 사원을 대상으로 스톡옵션제를 실시하고 있다. 종업원들을 기업 최고의 재산으로 여기는 이같은 경영방식은 사원들이 스타벅스의 성공과 자신들의 성공을 동일시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그 결과 스타벅스는 지난 97년 포춘가 선정한 가장 일하기 좋은 직장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스타벅스는 최근 들어 아시아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96년 일본에 첫 진출한 이후 전통적으로 차(茶)가 우세한 아시아 시장에서 기대 이상의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현재 아시아 14개국에서 현지 파트너와 조인트 벤처 형식으로 9백여개의 체인점을 운영중이다. 이를 바탕으로 2005년까지 아시아의 6천개를 포함 전 세계적으로 체인점을 1만개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일부에서는 커피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에 들어섰고,모방 업체들이 대거 등장해 스타벅스가 곤경에 처할 수 있다는 비관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슐츠는 선불카드제 도입 인터넷 주문 서비스 등 참신한 아이디어로 무장,어떠한 도전도 이겨낼수 있다고 공언하고 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 .......................................................................... [ 약력 ] 53년 미국 뉴욕생 75년 노던 미시간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제록스 및 주방기구 업체 해마플라스트 영업사원 82년 스타벅스 합류 85년 스타벅스 CEO 취임 87년 스타벅스 인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