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선거"라고까지 불린 이번 대선에서 TV광고의 위력은 컸다. 광고업계는 이번 대선광고에 대해 지금까지의 선거광고와는 비교도 안될 만큼 세련되고 효과적이었다고 평가한다. 특히 민주당 노무현 당선자의 선거광고는 서민층의 정서를 다양한 기법으로 표현해 젊은 시청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노 당선자는 4편의 TV광고에서 정책을 나열하거나 상대를 비판하지 않고 참신한 이미지를 부각시키는데 초점을 맞췄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현 정부의 실정을 비판하는 "네거티브 기법"을 쓴 것과는 대조적인 접근방식이다. 후보들의 TV 광고전은 후보 등록이 끝난 11월27일부터 시작됐다. 노 후보는 첫번째 선거광고인 "눈물편"으로 기선을 제압했다. 눈물편은 페이스 페인팅을 한 아이의 환한 웃음으로 시작된다. 온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았던 월드컵의 감동적인 장면들이 잔잔한 배경음악과 함께 나오고 노동현장 등 삶의 모습들이 화면 위에 조용히 펼쳐진다. 애잔한 정지화면이 흑백의 거친 동영상으로 바뀌면 노 후보의 모습이 클로즈업된다. 노 후보의 눈가에 물이 고이는가 싶더니 어느새 한줄기 눈물이 뺨으로 흘러내린다. 광고는 아무런 설명 대신 한줄기 눈물로 하고 싶은 말을 대신한다. 12월5일에 나온 "정치개혁편"은 전편보다는 가볍고 활발한 분위기로 제작됐다.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 이번 광고는 만화가 정훈이가 원화를 맡았다. 꽉 막힌 도심 퇴근길.시내 대형 전광판에 노 후보의 얼굴이 등장하자 사람들은 거리로 뛰쳐나와 춤을 추면서 기뻐한다. 어머니에게 라식수술을 해 드리려고 모은 1백만원을 선거자금으로 내놓았다는 젊은이는 어머니께 더 밝은 세상을 보여주기 위해 선거자금을 내놨다며 엉덩이춤을 보여준다. 국민들의 성금으로 선거자금 45억원을 모았다는 내용이 다양한 만화 캐릭터들의 입을 빌어 유쾌하게 표현된다. 세번째 광고인 "상록수편"은 노 후보가 기타를 둘러매고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보여준다. 학생운동을 경험한 386세대에게 익숙한 노래인 상록수가 노 후보의 굵은 목소리로 재현된다. 노 후보 옆으로는 지역감정으로 아파할 때도 돈이 없어 선거를 못할 때도 국민들의 도움이 컸다며 자신은 "국민에게만 빚진 대통령"이라는 글귀가 흐른다. 14일에 나온 "겨울서정편"에는 다시 한번 애니메이션 기법이 사용됐다. 이른 새벽 주택가. 골목길엔 간밤에 내린 눈이 쌓여간다. 한 환경미화원이 묵묵히 눈을 치우고 쓰레기를 수거해 간다. 산비탈을 오르는 환경미화원을 창을 통해 보고 있던 소녀는 그를 돕기 위해 밖으로 나가고. 어느새 소녀 외에도 많은 이들이 수레를 밀고 있다. 언덕 위까지 수레를 나른 환경미화원은 푹 눌러썼던 모자를 벗는다. 마침내 밝혀지는 환경미화원의 정체. 다름아닌 노무현 후보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