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의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가계대출 비중이 외환위기 이전에 비해 2배 가량 높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예금은행의 자금조달 운용 및 행태'에 따르면 올 9월말 현재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규모는 전체 자산(5백60조5천억원)의 30.6%인 1백71조2천억원으로 집계됐다. 이같은 가계대출 비중은 외환위기 직전인 지난 97년 9월말의 16.0%에 비해 2배 가량 높아진 것이다. 반면 지난 97년 9월말에 29.8%이던 기업대출 비중은 올 9월말 현재 24.7%(1백38조3천억원)로 줄어 들었다. 특히 대기업대출은 같은 기간 11.0%에서 4.6%로 급감했다. 중소기업대출은 18.9%에서 20.1%로 소폭 늘어나는데 그쳤다.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은 대규모 설비투자를 꺼린 반면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의 대출수요는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한은은 분석했다. 시중은행의 자산중 유가증권 비중은 21.7%(121조8천억원)로 외환위기 직전 16.6%에 비해 5.1%포인트 증가했다. 박천일 한은 통화금융통계팀 차장은 "가계대출 급증에 따른 부작용을 해소하고 우량채권의 과도한 가격상승 압력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가계대출 억제대책과 함께 중소기업대출 장려정책을 병행해야 한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주택대출 담보물의 유동화를 위한 자산담보부증권(MBS) 시장을 적극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