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띠 해인 계미년(癸未年) 새해가 열흘 남았다. 열두띠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양은 순한 인상을 갖고 있어 더욱 정감이 느껴지는 것 같다. 양은 성질이 온순한 탓에 무리를 지어 함께 사는데도 좀처럼 싸우는 일이 없는데,한자의 착함(善) 아름다움(美)의 뜻은 바로 '羊'의 파자이기도 하다. 양은 은혜를 아는 동물로도 인식되고 있는데 어미젖을 빨 때 항상 무릎을 꿇기 때문일 것이다. 양이 우리에게 친근한 동물로 다가선 것은 한국전쟁 후 외국 선교사들이 어린이들의 영양보충을 위해 젖산양을 들여오면서부터이다. 그러나 훗날 홀스타인 젖소에 밀리고 가축전염병이 돌아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가 70년대 양모사업이 활기를 띠면서 호주에서 도입한 면양으로 남원에 대규모 운봉목장이 조성됐다. 90년대 초에는 강원도 홍천축협에서 면양을 들여와 소득증대사업으로 일반농가에 분양하면서 붐을 타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 사육되는 양은 대부분이 털을 깎기 위한 면양과 젖을 짜기 위한 젖산양이며 식용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양젖은 지방결정체가 작아 소화흡수가 잘된다는 이점 때문에 중장년층 사이에 인기가 높아 우유보다 고가로 팔리고 있기도 하다. 양은 우리 인류와 인연이 깊은 가축으로 알려져 있다. BC 6000년께의 이란 유적에는 양젖을 먹었던 흔적이 있으며 신석기 시대에 면모를 이용했다는 기록도 나온다. 양의 털과 가죽은 의복이나 덮개로 사용됐고 가죽은 종이가 발명되기 전 양피지로 쓰였다. 양은 또 신성한 동물로 여겨져 신에게 받쳐지는 단골제물이기도 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양에 대한 이미지는 매우 좋지만,중국에서는 양띠 출생을 다소 꺼린다는 얘기도 들린다. 속설을 따르는 중국 노인들은 겨울과 봄에 태어나는 아이들은 '풀이 부족해 배고픈 양'이 될 것이라며,만삭의 며느리를 병원으로 내몰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긴 해도 양띠는 낙천적이고 의지가 강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양이 주는 이미지가 유순하듯 별탈없는 계미년 한 해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