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20일 기자회견을 통해 대기업은 키우되 재벌시스템은 개혁하겠다고 밝히자 재계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되는 반응을 보였다. 재계에서는 20일 경제성장을 유지할 수 있도록 기업의 활력을 키우고 시장경제 원칙을 지키겠다는 노 당선자의 의지에 기대를 표시하면서도 재벌시스템 개혁이나 노동시장 유연성 문제 등에 대해서는 기업현실과 다소 시각차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벌문제나 노동문제 등은 막상 노 당선자가 국정을 이끌어 가면 경제인식이 보다 현실화 되면서 괴리가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재계 관계자들은 내다봤다. 손병두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이나 공약집 등을 볼 때 노당선자도 기업의 활력을 키워야 한다는 확고한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본다"면서 "공약대로 7% 경제성장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투자를 늘리고 외국인투자를 유치하는 정책을 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밝혔다. 손 부회장은 그러나 재벌개혁과 관련, "지난 5년간 충분히 개혁됐으며 오히려 지나치게 개혁된 부분이 있다"면서 "지금까지 진행된 부분만 잘 정착되도록 하는 것만 해도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지배구조 개선, 경영투명성 확대, 사외이사.감사제 등으로 과거의 재벌시스템은 이제 찾아볼 수 없다"면서 "과거의 재벌관에서 벗어나지 못하거나 개별기업의 특수한 경우를 일반화해서는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에 대해서도 손 부회장은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고 우리 산업의 공동화를 막기 위해서는 노동시장 유연성을 키워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재벌개혁, 노동시장 유연성 등에 대해 시각차가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노 당선자가 앞으로 국가경제를 책임지고 끌고 나가게 되면 현실적인 노선을 택하게 될 것"이라면서 "앞으로 대통령직 인수위 등을 상대로 시장경제 원리를 설파하겠다"고 말했다. 남덕우 산학협동재단이사장(전 국무총리)도 이날 열린 전경련 최고경영자 월례조찬회에서 "많은 기업인들이 노 당선자에 대해 안티-비즈니스라는 느낌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안다"면서 "경제가 우리 국민들의 우선 관심사이기 때문에노 당선자가 기업활력을 살릴 정책을 펼 가능성이 있고 국민들의 말 없는 다수나 여론은 경제우선을 원하고 있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노 당선자야 말로 숱한 경쟁을 뚫고 대통령에 당선됐기 때문에 공정한 경쟁의 중요성을 누구보다도 잘 알 것이며 따라서 경쟁을 촉진, 경제를 이끌어 가는쪽을 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선거 결과 많은 국민들이 변화를 원하고 있음을 느꼈다"며 "차기정부는 인재를 적재적소에 기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덧붙였다. 한편 대기업 관계자들은 "재벌의 비합리적이고 비효율적인 부분이야 당연히 고쳐 나가야 할 것"이라면서 "시장의 감시기능이 커졌고 기업간의 경쟁도 심화됐기 때문에 비합리적인 경영체제를 유지하는 기업은 자연히 시장에서 도태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 당선자는 선거기간 공정한 경쟁질서 확립, 출자총액제한 제도 유지, 증권관련 집단소송제 도입, 주5일제 시행 등을 주요 기업정책으로 제시했다. (서울=연합뉴스) 신삼호기자 s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