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가 노무현 후보의 승리로 끝나면서 차기 전국경제인연합회 및 무역협회 회장 선출, 대기업 인사 등 재계 현안이 어떻게 풀릴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전경련과 무협 회장의 임기는 각각 내년 2월말로, 전경련은 김각중 현회장의 임기만료를 1개월 정도 앞두고 차기 회장을 선출작업에 착수하고 무협도 조만간 후임자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삼성을 비롯한 상당수 대기업들이 조만간 잇따라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어서 이번 대선결과가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도 주목받고 있다. ◆전경련.무협회장 선출 = 전경련 회장은 주요 경제현안에 대한 재계의 입장을 대변하고 대기업과 관련된 정책제안을 정부 및 정치권에 전달하는 역할을 맡기 때문에 대선 결과가 차기 전경련 회장 선출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노 대통령 당선자가 그동안 재계와 소원한 관계를 유지해 온 데다 선거기간 밝힌 출자총액제한, 주5일근무제 등 기업.재벌.노동정책도 대기업의 요구와는 다소 거리가 있어 전경련과의 관계가 그다지 매끄럽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그동안 유력한 차기회장 후보로 거론돼 왔던 이건희 삼성 회장을 비롯, 주요 그룹 회장들은 전경련 총수자리를 고사할 공산이 크며 후임자가 아예 나서지 않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또 그동안 재계에서는 전경련 실세화를 위해 오너 회장이 전경련 회장을 맡아야한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대선결과를 놓고 볼때 유력 후보들이 몸을 사릴 것으로 재계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마땅한 후보가 등장하지 않는 한 김각중 현 회장이 유임되거나 전문경영인을 회장으로 세우는 방안 등이 거론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전경련 회장단은 20일 오후 롯데호텔에서 송년 모임을 갖고 대통령 선거결과에 따른 재계의 대응책과 전경련 회장 선출 문제를 협의할 예정이다. 무협 역시 회원사들의 총회에서 회장을 선출하지만 그동안의 관행으로 볼때 정부의 의지가 적지않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무협 관계자들은 김재철 회장의 연임 가능성도 적지않은 것으로 보고있다. ◆대기업 인사 = 연말 또는 연초에 실시되는 대기업 인사에서 이번 대통령 선거결과가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들은 원활한 기업활동을 위해 이번 인사에서 노 당선자측과 연결될 수 있는 인사들을 발탁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따라 재계에서 노 당선자 인맥으로 알려진 인물들의 역할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아울러 노 당선자가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역설해 온 데다 부당한 상속 등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이번 인사에서 후계체제 구축을 추진하려 했던 일부 대기업들도 신중할 자세를 취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노 후보의 승리로 대기업의 소유구조 문제나 경영방식 등이 현안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번 인사에서 후계체제 구축을 시도하려했던 기업들이 정부와 재계와의 관계가 새롭게 정립될 때까지 이를 미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삼성은 내년초 인사를 실시할 예정이며 SK도 새 대통령 취임전에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있고 현대자동차는 예년과 비슷한 내년 1월말이나 2월초인사를 계획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신삼호기자 s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