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중 < 한양여대 겸임교수.영화회게법인 전무 > 12월말 결산 기업체의 결산시기가 다가왔다. 기업의 회계담당자와 회계감사인간 회계투명성을 두고 승강이가 많이 벌어진다고 한다. 일례로 갑이라는 기업은 외환위기 이후 발생한 부실자산 제각손실 2천억원을 전기손익 항목으로 처리하고 싶어하지만 회계감사인은 이를 당기손실로 처리해야 옳다고 주장한다고 한다. 그러나 회계감사인의 주장대로 회계처리하면 이상한 현상이 나타난다. 즉 갑 기업의 손익계산서에서 당기 순손실 1천억원이 발생하는데 비해 현금흐름표(현금의 수지)에 따르면 되레 당기 영업활동에 의해 1천억원의 현금을 벌어들인 것으로 나타난다. 투자자들은 갑 기업의 손익계산서에서 1천억원의 당기손실을 보면 이 기업 주식의 매도신호로,현금흐름표에서 영업활동으로 1천억원의 현금을 벌어들인 것을 보면 주식의 매수신호로 받아들일 것이다. 그러면 어느 지표에 따라 투자를 결정할 것인가. 회계의 목적은 회계정보 이용자에게 '유용한 회계정보'를 제공하는 데 있다. 갑 기업이 손익계산서와 현금흐름표가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두 재무제표가 유사한 투자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수정해야 한다. 그러나 현금흐름표는 임의적으로 수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들어오거나 나간 현금을,들어오지 않았다거나 나가지 않았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손익계산서인데 손익계산서를 작성하는 방법으로서 두 가지 상반된 이론이 있다. 당기업적주의와 포괄주의가 그것이다. 화재손실과 같은 영업에 연관이 없는,비경상적 손실은 손익계산에 포함시켜서는 안된다는 이론이 당기업적주의다. 이와 반대로 화재손실과 같은 비경상적으로 발생하는 손실도 손익계산에 포함돼야 한다는 이론이 포괄주의다. 갑 기업의 사례와 같이 현금흐름은 양호하나 당기 순손실로 인해 일반투자자는 갑 기업의 주식을 매도할 것이다. 경제기복이 심하지 않은 미국에서는 당기업적주의나 포괄주의에 의한 손익 계산의 차이가 크지 않다. 그러나 한국은 외환위기 이후 포괄주의에 의한 회계정보의 왜곡이 심각하다. 지금까지 한국회계는 미국회계 따라하기,그리고 회계투명성은 기업의 부풀린 이익을 정상화하는데 주력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한국 경제 문화의 특수성,특히 외환위기 이후 특수한 경제상황에서 이에 알맞은 회계이론을 정립하고 이를 제도적으로 보완,회계정보의 유용성을 높이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