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탈 없이 지나갔다.' 이번 대통령 선거전을 지켜본 재계의 평가다. 재계는 5년 주기로 되풀이되는 대선 때마다 긴장된 나날을 보내왔다. 기업 총수들이 각 후보들의 기업관(觀)이나 당선 가능성 등에 촉각을 곤두세운 것도 대선이 갖고 있는 파괴력 때문이었다. 하지만 재계는 이번 선거에서는 표를 의식한 '기업 때리기'나 정치권의 노골적인 자금지원 요청 등이 거의 없었다고 밝히고 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상당수 기업들이 후원금을 내놓았지만 과거에 비해 액수가 많지 않고 제공 방식 또한 공개적이었다"며 "주요 후보들이 돈이 많이 드는 대규모 군중 동원을 자제하면서 자금수요가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재벌 개혁'이나 '정경 유착' 등의 해묵은 논쟁이 재연되긴 했지만 '북한 핵''미군 장갑차 여중생 사망 사건' 등과 같은 대형 쟁점에 빛이 바랬다. 각 후보들이 차별화된 대기업 정책을 갖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재계의 직·간접적인 '입장 표명'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 보면 이번 선거의 공명성은 1백점 만점에 90점은 줄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