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이번 선거만 같아라' 재계는 기업들이 5년마다 한 차례씩 겪어야 했던 대선이라는 '태풍'을 이번에는 큰 파문없이 비교적 조용히 보냈다고 평가하고 있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이번 대통령 선거는 신문, 방송이나 인터넷을 이용한 매체가 적극 활용되고 정책대결에 무게가 실리면서 과거 대선때마다 되풀이 됐던 정치권의 자금제공 요청이나 유세장에서의 인력동원 요구 등이 거의 사라졌으며 표를 의식한 `기업 때리기'도 과거 얘기가 됐다는 것이다. 또 과거에는 후보들이 내놓은 지역발전 공약에 무게를 실어주기 위해 기업측에공장 신.증설 등의 발표를 하도록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이런 사례는 아예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따라 대통령 선거를 의식, 잔뜩 긴장했던 기업들도 정치권의 요구에 어떻게대응할 것인지를 고민하기 보다는 후보들의 지지율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각 후보들의 기업정책을 분석하는 등 과거와는 다른 분야로 관심의 초점을 옮겼다. 물론 대선이 있는 해마다 반복됐던 대로 일부 재벌 총수들이 장기 해외출장을가거나 대외활동을 자제하는 등 `몸조심'을 하는 모습은 여전했지만 긴장의 수위는과거에 비해 현저히 떨어졌다고 재계 관계자는 전했다. 기업들이 가장 골머리를 앓았던 정치자금의 경우는 올해 초 법에 정한 정당한정치자금만 내겠다고 선언한 이후 주로 후원회 등 공개적인 통로를 통해 자금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 차원에서 `실탄'을 따로 제공하는 과거의 관행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기업 투명성 강화 등으로 비자금 마련이 어려워짐에 따라 액수가 크게 줄었다고 재계 관계자는 전했다. 이 관계자는 "과거에는 성의를 표시하라는 정치권의 압력이 적지 않았고 기업들도 알아서 내는 분위기였으나 이번에는 그런 요구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과거에는 세(勢) 과시를 위해 군중대회 등 대규모 집회를 개최하면서 기업측에 해당 지역 공장 근로자 등을 보내 달라거나 직원들을 상대로 특정 후보 지지분위기를 조성해 달라는 등의 요구도 있었으나 이번에는 이같은 분위기가 현장에서통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요구 자체가 없었다고 기업들은 밝혔다. 그러나 기업들은 유력 후보들에 줄을 대거나 인맥을 구축하려는 노력들을 보였으며 상당수 기업은 CEO(최고경영자) 및 임원 인사에 대선 결과를 감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선거운동 방식 자체가 바뀌고 기업의 경영투명성이 높아지면서과거와 같은 어두운 면은 크게 사라졌다"면서 "기업입장에서 보자면 이번 선거의 공명성은 100점 만점에 90점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신삼호기자 s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