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0여년간 종합식품업체로 내실을 다져온 대한제당이 최근들어 '바이오 신사업' 기치를 내걸고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안정된 식품기업 이미지에 안주해서는 앞날을 개척할 수 없습니다. 이제는 대한제당이 미래지향적 기업으로 틀을바꿀 때가 왔다고 봅니다." 한동혁 사장(57)은 '바이오 사업진출'을 최우선 과제로 내걸었다. 대한제당은 '드림 2010' 비전 선포를 통해 생물 의약품사업에 진출키로 확정하고 그 첫걸음으로 지난 3월 바이오사업본부를 신설했다. 지난 10월24일에는 중앙연구소에 동물세포개발실을 설립하고 바이오사업에 본격 뛰어들었다. 최근엔 유한양행과 전략적 제휴를 맺는 등 기반다지기에 나서고 있다. "바이오는 21세기 대표적 전략산업이지만 결실을 맺기 위해선 엄청난 투자와 오랜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런 면에서이번 유한양행과의 제휴는 의미가 큽니다. 양사의 장점을 활용해 경쟁력을 높이면 해당분야 시장진출 기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한 사장이 바이오 시장 진출을 위해 지난 2000년부터 타당성 조사에 나섰다. 해외 전문업체로 부터 컨설팅까지 받으면서 내린 결론은 '우리 실정에 맞는 사업을 하자'는 것이었다. "제조업만 50년을 해온 기업이 10년을 무작정 투자해야 하는 신사업에 진출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강점을 활용하면 가능성이 큰 분야가 분명히 있다는 확신을 가졌죠." 한 사장은 '되는 분야'로 CMO(대규모계약생산) 형태의 비즈니스를 꼽았다. CMO(Contract Manufacturing Organization)란 의약품 생산 국제기준인 GMP(Good Manufacturing Practice) 수준의 설비를 갖추고 거대 제약사의 신약개발에 쓰이는 원료를 대량 생산, 공급하는 것이다. "국내 기업의 경우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가고 원천기술이 필요한 신약개발쪽에서 성공하기가 사실상 어렵습니다. 반면 CMO는 경제적이면서 사업이 성공할 가능성도 큽니다." 그는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세계 제약업계는 CMO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주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 사장은 특히 "인간 유전자지도를 완성한 게놈프로젝트 이후 세계적으로 신약후보물질이 쏟아지는 반면 생산설비가 뒷받침되지 않아 수요과 공급의 불균형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따라서 적정 설비만 갖추면 후발주자라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덧붙였다. 대한제당은 발효분야에서 10년이상 쌓아온 실력을 바탕으로 동물세포배양 및 미생물발효설비 구축에 나설 방침이다. 이를 위해 내년 상반기에 충남 청원군 옥산공장 부지에 바이오연구소를 설립하고 동물세포배양 바이오의약품 생산에 필요한 GMP급 시설을 마련할 계획이다. "내년 후반기에 공장이 완공되는 대로 설비가동에 들어가 빈혈치료제(EPO), 면역증강제 등의 시험 생산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모든 것이 일정대로 진행되면 오는 2008년께면 바이오 분야에서 매출 1천억원에 순이익 2백억원을 올릴수 있을 겁니다." 한 사장은 장기적으로는 선진국 수준의 생산 노하우를 기반으로 국내의 신약후보물질을 발굴하고 이를 수출하는 대형 제약업체로 발돋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경희대 경영학과와 연세대 경영대학원을 나와 대한제당에 입사한 후 관리 분야에서만 30년 가까이 잔뼈가 굵은 전문경영인이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