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전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간부들을 모아놓고 "대통령 선거 전에 오해 살 일은 하지 말라"고 특별 지시를 내렸다. 정부 홍보성 자료를 뿌린다거나, 민감한 안건처리를 대선 뒤로 미뤄 특정 정당을 돕는다는 인상을 줄 필요도, 그래서도 안된다는 요지의 당부였다. 그 때문이었을까. 지난주 재경부에서는 신경 써서 의미를 파악하고 보충취재를 해야 될 만한 보도자료를 구경하기 힘들었다. 특히 지난 13일 경제장관간담회가 열렸을 때 일부 안건을 기자들에게 숨기기조차 했다. 미공개된 안건중 하나가 경유승용차인 '카렌스Ⅱ'의 내수 판매시기 연장에 관한 건이었다. 카렌스Ⅱ는 공해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내년 1월부터 내수판매 중단이 예정돼 있는 제품이다. 해당 회사는 내수가 끊기면 수출도 막힌다며 판매 연장을 요구하는 반면, 녹색연합 등 34개 환경단체들은 예정대로 중단시켜야 한다고 주장해 양측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환경분야 현안이다. 한국경제신문은 정부가 이 자동차의 내수판매 시기를 6개월 연장해 주기로 내부 결정했다는 정보를 입수, 이를 다음날자 초판에서부터 보도했다. 그러자 곧바로 재경부에서 보도해명 자료를 냈다. "경제장관 간담회에서는 그같은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그날 저녁 만난 전 부총리나 다른 간부들도 "해명자료 내용이 사실이다" 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적지 않은 재경부 관계자들은 이같은 '공식 해명'과는 다른 속사정을 털어놓았다. "정부는 이미 판매시기를 연장해 주기로 부처간 합의를 끝냈다. 문제는 발표시기다. 대선을 앞두고 논란이 일 것을 우려해 합의사실을 비공개키로 했다. 도대체 누가 합의 사실을 흘렸는가." 요컨대 환경단체와 경쟁업체들의 반대를 의식해 발표시기만 대선 뒤로 늦췄다는 얘기다. 물론 정부는 필요에 따라 결정사항을 예정보다 앞당기거나 늦춰 발표할 수 있다. 그러나 이미 확인된 사항까지 부인하거나 교묘하게 말을 돌릴 까닭은 없다. 그런 것이야말로 대선에서 정부의 중립성을 의심케 하는 '오해 살 만한 일'이기 때문이다. 박수진 경제부 정책팀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