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의 고합 나일론 필름사업인수건에 대해 12일 공정거래위원회가 조건부 승인결정을 내렸다. 코오롱과 효성이 모두 공정위 결정을 받아들임에 따라 4개월여 끌어왔던 논란은 일단 끝맺음을 하게 됐다. 그러나 이번 사건 처리과정에서 공정위는 원칙을 견지하기보다는 눈치보기에 급급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공정위는 이번 사건이 접수된 이후 관련부서인 산업자원부에 질의를 보내 기업결합의 타당성 여부를 문의하는 등 나름대로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기 위한 모양새를 갖추는 데 노력했다. 그렇지만 공정위의 질문은 "코오롱이 고합 공장을 인수할 때 국제경쟁력이 제고되는 등 시너지효과가 있는가"라는 것이었다. 기업이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기업인수합병(M&A)을 추진할리 만무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질의는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준 데 따른 책임을 모면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많다. 이에 대해 산자부는 "코오롱이 인수하면 시너지효과가 있으며 효성이 인수해도 마찬가지"라는 답변을 공정위에 보내는 묘수(?)로 책임을 떠안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이 과정에서 산자부는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한 답변서를 마련하는 데 1개월여의 시간을 끌어야 했고 그만큼 공적자금이 투입된 고합에 대한 구조조정은 늦춰져야만 했다. 공정위는 또 4개월여 시간을 끌면서도 공정위 전원회의를 열어 심의할지 자체 심결로 처리할지에 대해 결정을 내리지 못하다가 최근에서야 전원회의 개최로 의견을 모았다. 코오롱과 효성 양측이 팽팽하게 맞서는 등 중대사안인 경우에는 전체회의를 열어 심의했어야 당연함에도 공정위는 막판까지 혼선을 거듭했다는 얘기다. 공정위는 급기야 지난주 전원회의에서 결론을 내려 했으나 위원들간에도 의견이 갈려 합의를 보지 못하자 양사에 1주일의 시간을 주고 적정한 타협책을 마련해 오라고 주문했다. 독과점 논란을 피하면서 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해선 어쩔수 없었다는 설명이 전혀 설득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공정위의 이번 묘수(?)가 독과점 발생이나 소비자 피해 여부 등 원칙에 입각하기보다는 두 기업들간 눈치 보기에 따른 결과라는게 업계의 일반적인 판단이다. 정태웅 산업부 대기업팀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