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에 수입된 전화기의 80%,CD플레이어의 70%가 중국산이었다고 한다. 중국산이 급증하면서 미국내 가전제품의 평균가격이 97년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고 할 정도다. 우리의 경우 수출이 늘었다곤 해도 중국 등에 한정되고 미국 일본 EU 등 선진국에 대한 비중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가격으론 더이상 경쟁력을 갖기 어렵고 따라서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품질 개선은 물론 디자인과 브랜드 파워를 키워야 한다는 얘기다. 특히 디자인 개발은 무엇보다 중시되고 있다. 소비시장의 글로벌화와 소득수준 향상,양보다 질을 추구하는 가치관 확산 등으로 세계 어디서건 세련된 디자인 제품을 요구하는 까닭이다. 정부에서도 이 때문에 85년부터 우수산업디자인(GD)상품을 선정,뽑힌 업체에 대해 정책자금 지원시 우대해온 데 이어 올해부터는 GD상품을 조달 물자로 우선 구매하는 등 디자인 개발 육성책을 내놨다. 그런데도 한국무역협회에서 중소기업의 디자인 개발 실태를 조사했더니 60.4%가 디자인 인력을 두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는 소식이다. 중소기업의 애로사항은 한결같다. 디자인 개발을 하고 싶지만 자금부담 때문에 우수인력을 채용하기 어렵고 애써 개발해도 제대로 보호되지 않는다는 것 등이다. 그러나 세계 디자인의 추세는 단순하고 고급스러우며 자연스러운 걸 강조하는데 우리는 복잡하고 장식적인 걸 좋아하는 경향도 있다고 한다. 이번 조사에서 88.1%가 자사의 디자인 수준이 세계 평균이상이라고 평가했지만 실제 해당업종의 10%안에 든 업체는 적었다는 결과도 있다. 디자인의 중요성에 대한 경영자의 인식 또한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디자인 개발은 더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해외시장의 눈높이는 갈수록 높아지고 가격경쟁력은 중국을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탓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소비 트렌드의 변화와 기업의 대응'이라는 보고서에서 가격을 올리되 비싼 값 이상을 제공한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디자인의 힘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