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국민의 힘은 위대하다. 질서 있고 일사불란한 응원으로 한·일 월드컵을 빛낸 붉은악마와,미군장갑차에 치여 압사한 비극의 두 여중생 사건에 대한 국민항의가 대미 위상변화를 가져온 우리 국민 지혜만을 일컫는 것은 아니다. 대통령선거전이 시작되기도 전 폭로 비방 편가르기 등 부정적 측면을 증폭시켜 반사이익을 얻고자 하던 구태의연한 네거티브 선거전에 대해 가차없는 외면의 뜻을 보인 국민의 열린 정서 때문이다. 그 결과 선거전이 막바지에 이른 지금,각 후보진영은 국민 감동을 일으키기 위해 비교적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대형정책 공약경쟁에 돌입했다. 비록 이념차가 크지 않은 후보간에는 '정책베끼기'형의 수렴현상을 빚고 있기는 해도,대선경쟁이 아니면 상상하기 힘든 공약이 폭발한다. 바람직한 선거전 모습이다. 그러나 폭증하는 정책공약내용을 이념,실현성 및 효과성 등에 따라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변별해 투표의사를 결정하기는 쉽지 않다. 때문에 정작 투표는 공약과 무관한 다른 기준에 따라 행해지기 쉽다. 그리하여 선거전이 희화화하지 않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정책종합과 변별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본 정책의 뜻은 '정부 단체 개인이 앞으로 나아갈 노선이나 취해야 할 방침'이지만,정책효과는 개인과 집단에 대해 가치 중립적이지 않다. 반면 정책에 대한 각 개인과 집단의식은 서로 이념과 이해관계를 달리하게 마련이다. 그리하여 어떤 정책도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개인과 집단별로 이해차이를 야기하고 잠재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 그 결과 정책시행의 어려움은 물론 여기에 따르는 정치불신을 줄이고 건전한 정책개발을 가속하기 위해 몇가지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첫째로 정치권은 정책공약에 앞서 정책시행에 수반할 수 있는 이해갈등을 조정하고 보완할 명백한 의사와 비용부담역량 등의 정치력을 지니지 않으면 안된다. 갈등을 조정하고 발생할 비용을 부담할 정치력도 없으면서 이상적인 정책을 남발하면,시행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희망과 발전보다는 갈등증폭과 정치불신을 야기할 수 있다. 그 예가 의약분업이 아니었던가. 둘째로 정책선거로 전환한 것은 참으로 바람직하나,정책개발에 있어서 유권자가 원하면 무엇이든 다할 수 있는 것처럼 착각해서는 안된다. 정부가 무정부적 방임을 해서도 안되지만,자유민주·시장국가에서는 천부적 자유권을 지닌 개인과 기업 등 민간의 삶과 활동에 따르는 불확실성과 위험을 최소화하는 사회경제 틀과 규범을 만들고 지키는데 그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책공약자는 '정부는 다만 불확실성과 위험의 최종관리자'임을 명심하고 그 대응책 개발과 효과제고 방안에 집중하는 절제가 있어야 한다. 정부가 불확실성과 위험을 줄이기 위한 역사적 정책단계를 보면 1900년대까지 기업 무위험보장화 시기,1960년대까지 노동의 무위험보장 시기였다. 지금은 3단계로 전 사회구성원의 불확실성과 위험을 보장하는 단계다. 셋째는 어떤 정책이라도 장래의 국가비전에 비춰 서로 충돌되지 않고 조응(照應)해야,여러 정책이 시너지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따라서 국가비전 제시를 선행한 후 하위개념의 정책을 개발하지 않으면 안된다. 많은 정책공약도 이런 조건을 갖추지 않으면 아무리 이상적인 정책이라도 정책대안이 될 수가 없다. 다만 허구적이고 선심에 그치는 정책에 머물 뿐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정치권도 일반국민도 선거전의 절박성과 선동성 때문에 이런 사실을 감지하고 대응하기가 쉽지않을 것이다. 평소에 정당이 정책정당으로서 개발하고 갖췄어야 하지만 그동안은 정쟁에 그쳐 지금으로선 기대하기 어렵다. 다만 후보진영에 구축된 전문가 집단과 비정부기구(NGO)의 이성과 역량을 믿을 뿐이다. 물론 전문가 집단과 NGO라고 해도 모든 것을 다 알 수도 없고 알지도 못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어떤 분야정책이나 사물활동에서 범할 수 있는 결정적 오류가 무엇인가는 물론,그 오류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안다. 다만 전문가 집단은 부지불식간에 그들에게 스며든 계층성 극복에 유의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제 정책선거과정이 세계적 경쟁시대에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모든 국민에게 삶의 불확실성과 위험을 최소화하여,위대한 국민의 힘이 희망으로 전화(轉化) 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