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 7일 앞으로 다가왔다. 선거 때마다 각 정당의 공약 중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분야가 정부조직개편이다. 그러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부부처를 재편성하는 것은 정부조직의 안정성 및 공무원의 사기라는 측면에서 볼 때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따라서 현 제도를 바꾸기 전에,기존 조직이 본래의 설립취지에 부합되는 기능을 제대로 수행했는지 심도 있는 분석과 판단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최근 각 당은 통상관련 부처의 개편에 관한 다양한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미국의 무역대표부(USTR)와 유사한 독립된 부서를 설립해야 한다는 안도 있고,통상관련 업무를 산업자원부로 다시 이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는 외교부의 통상교섭본부가 통상관련 업무의 주무부서인데,이를 어떠한 형태로든 변경하고자 하는 것 같다. 그러나 앞서 밝힌 바와 같이 현 체제를 바꾸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기존 체제가 통상업무의 내용에 맞는 기능을 제대로 수행해 왔는지 심도 있게 분석해 봐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먼저 통상관련부처가 수행해야 할 업무내용을 살펴보자. 필자가 보는 통상업무의 기능은 대략 세 가지 정도다. 첫째,통상관련 대외협상이다. 대외협상도 세 경우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최근 자주 거론되고 있는 자유무역협정(FTA)에 관한 협상이 있다. 그리고 미국 등 주로 선진국이 요구하는 우리 시장 개방에 관한 협상으로 이를 방어적 협상이라고 한다면,반대로 우리도 타국의 시장 개방을 요구하는 공세적 협상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협상에는 영어를 포함한 상대국 언어를 자유롭게 구사하고,국제회의에 익숙한 전문가가 필요하다. 따라서 통상부처에는 이러한 협상전문가들이 대거 포진돼 있어야 한다. 또 성공적인 협상을 위해서는 협상전문가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FTA의 경우 특정국가나 국가그룹에 대한 광범위한 관세감면 또는 국내시장 개방을 수반하므로 개별 FTA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장·단기적인 영향을 분석할 수 있어야 하고,FTA 협상대상국 경제의 장·단점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국내 경제 사정에 능통한 전문경제관료와 상대국 경제 사정에 밝은 지역전문가가 통상관련 부처에 배치되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특정국가와의 FTA 체결은 경제 뿐만 아니라 정치적인 차원도 고려해야 하므로 통상관련 부처는 FTA와 관련해 외교적 판단을 할 수 있는 기능 또한 갖춰야 한다. 그리고 외국시장 개방이나 무역장벽철폐가 목적인 공세적 협상에서는 외국시장에 관한 정보가 필수적이므로 주요 교역대상국의 사정에 밝은 지역전문가가 통상부처에 배치되어 그들의 통상관련 정책을 상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어야 한다. 둘째,통상업무에서 세계무역기구(WTO)를 빼놓을 수 없다. WTO는 회원국간의 무역 분쟁을 해결하고 새로운 통상규범을 창출하는 유일한 범세계적인 기구다. 따라서 WTO규범에 정통한 통상법전문가들이 배치되어 우리나라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무역 분쟁에서 우리의 입장표명이 가능해야 할 것이다. 환경이나 경쟁분야 등 새로운 통상의제에 관한 국제규범 창설 역시 WTO의 주요기능 중 하나다. 여기에 우리의 입장을 반영하기 위해서는 평소 이러한 분야에 관한 연구 및 기획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FTA를 포함한 국내시장 개방 협상에서 관련 부서간 입장조율과 조정기능 역시 통상업무를 총괄하는 부처에서 수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관련 부처간 입장을 조정하고 총괄할 수 있는 권한이 통상부처에 없다면 국내경제 전체를 보는 시각은 상실되고,국내시장 개방이 부처 이기주의로 인해 기형적으로 진행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각 정당은 새로운 통상부처 개편안을 제시하기 전에 이와 같은 통상업무의 내용 및 기능 등이 현행 외교부의 통상교섭본부체제 하에서 제대로 수행돼 왔는지를 우선 검토해야 한다. 통상부처 개편안의 방향은 이 검토의 결과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 kwlee18@yahoo.co.kr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