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변했다. 날씨를 보면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수십년간 큰 비 한 번 없던 곳에 물난리가 난다. 한겨울엔 이상난동이요, 장마철이 지나고 난 뒤에 내리는 게일라성 호우가 더 무서워졌다. 기후 뿐 아니다. 화학물질을 다루는 대형 사업장은 아무리 안전에 신경을 쓴다고 해도 안심할 수 없다. 대규모 재난이 언제 어디서 나타날 지 아무도 알 수 없다. 경제 발전이 인류의 복지를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공멸을 불러올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퍼진지는 이미 오래다. 지구 환경이 이렇게 변한 원인은 많지만 무엇보다 제조업 공장들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공장을 돌리면서, 제품을 만드느라 발생시킨 산업 공해가 문제로 지적된다. 곳곳에서 일어나는 폭발 사고, 해양유류 오염사고, 오존층 파괴와 그에 따른 엘리뇨 현상 등은 직접적이건 간접적이건 기업 활동이 촉발한 일들이다. 환경 경영(Environmental Management)을 도입하는냐 여부가 '한가한 논의'에서 '심각한 현실'로 바뀐 것은 이런 일련의 변화 탓이다. 환경경영은 경영진 차원에서 환경에 대한 방침과 목표, 책임 범위를 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모든 임직원들이 참여해 벌이는 전사적인 환경 관리 활동을 뜻한다. 대형 환경오염 사건 등이 잦아지고 지구 환경 악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기업들은 서둘러 환경 경영을 도입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 그룹의 경우 90년대 중반부터 환경경영을 중요한 경영 주제의 하나로 정해 놓고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변화는 바른 방향이지만 지금까지는 기업 내부적인 결단 보다는 외부적인 압박 요인이 더 컸다. 특히 '그린 라운드' 등 국제적인 규제 움직임은 기업들에게 녹색경영을 피할 수 없는 옵션으로 강요하고 있다. 각국의 환경관련 무역규제조치도 해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는게 현실이다. 미국 등은 자국에 들어오는 수입품에 대한 환경기준을 더욱 엄격하게 높여가고 있다. 선진국 일부 은행들은 환경친화 여부를 기준으로 대출이자를 차등화하는 등 환경을 기업평가 기준으로 삼기도 한다. 소비자들의 높아진 환경의식도 빼놓을 수 없는 압박요인이다. 가격이나 품질, 디자인, 서비스 못지 않게 환경 친화적인 상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갈수록 늘어가고 있다. 환경 관련 교육을 어릴 때부터 받은 소비자들이 시장의 주역이 될 날도 멀지 않았다. 이처럼 소비자들의 환경인식이 크게 높아지고 환경관련 단체들이 활동 영역을 넓혀감에 따라 앞으로 오염 등 환경 문제를 일으키는 기업은 곧바로 시장에서 퇴출 당하는 일도 가능해졌다. 그러나 우리나라만 볼 때는 환경 경영은 아직까지는 만족할 만한 수준이 못 된다. 올 초 나온 대한상의 보고서에 따르면 국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기후변화협약에 대해 대기업의 경우 73.5%가, 중소기업은 29.3%만이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을 정도다. 사정이 열악한 중소기업들 가운데는 원가부담을 이유로 '적발'되기 전까지는 버젓이 폐수를 방류하는 업체들도 적지 않다. 대기업들 중에도 환경 경영을 오염이 발생하면 그것을 찾아 없애는 환경 보전 내지 환경 관리 정도로 인식하고 있는 업체도 여전히 많다. 환경을 추가 비용이 필요한 경영부담 요인으로 여기고 있는 회사가 대부분이란 얘기다. 환경 경영은 그러나 여유있으면 관심을 쏟으면 좋은 선택 옵션이 이미 아니다. 환경 경영 시스템을 완비한 선진 업체들은 녹색경영의 효과를 톡톡히 거두고 있다. 미국 제록스의 경우 부품사용을 줄이고 재활용율을 높임으로써 연간 1억달러의 코스트 절감효과를 거두고 있다. 소비자들에게 환경친화기업 이미지를 심어 판매증대효과를 얻는 건 부수입이다. 환경경영은 수익성과 환경성을 조화시키는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단기적으로 비용이 적잖게 드는 투자이지만 제대로만 활용하면 기업 경쟁력의 새로운 원천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환경이다. 전문가들은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또 전사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점에서 환경 경영에는 최고경영자(CEO)의 결단이 가장 중요한 전제가 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권영설 경영전문기자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