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커피 한잔이 그리워지는 계절이 찾아왔다. 커피 업체들은 본격적인 성수기인 겨울을 겨냥,새로운 광고들를 차례로 내놓고 있다. 빅모델은 기본이고 해외촬영한 작품까지 있을 정도다. 영화배우 안성기와 한석규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맥심(동서식품)은 이정재 이미연 콤비를 새로 기용,젊은층을 파고든다. 남자편과 여자편으로 나눠 제작된 광고는 남녀의 입장에서 느껴지는 감정의 변화를 잘 표현했다. 광고 배경은 체코의 프라하.이곳을 찾아온 이들은 "사랑의 역병을 앓는다"(역병이란 뜻을 가진 plague의 "l"을 "r"로 바꾸면 Prague,즉 프라하가 됨)는 도시다. 오래된 다리 위를 스쳐 지나가는 미연과 정재는 10여년전에 사랑했던 사이. 우연히 다시 만난 두 사람은 애잔한 기분에 잠기고 커피 한 잔으로 그리움을 달랜다. 무채색 톤으로 묘사된 프라하의 겨울풍경과 우수에 잠긴 모델들의 모습이 잘 어우러진다. 이정재의 곱슬머리도 커피 광고를 위해 만든 것처럼 자연스럽다. 다만 모델의 심사를 알리는 변사 안성기의 굵은 목소리가 다소 거북스럽다. 커리어우먼들의 힘찬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알려졌던 테이스터스초이스는 처음으로 남자 모델 배용준을 기용했다. 89년 한국에 첫선을 보인 이후 윤정 궁선영 한성주 이영애 김남주 등 여자 모델만 내세웠던 것을 생각하면 획기적인 변화다. 광고 카피도 확 달라졌다. 직장 여성들의 자신만만한 인생찬가 대신 한박자 느리게 아름다운 순간을 음미하라는 정반대의 메시지를 전한다. 배용준은 드라마에서 뭇 여성들을 사로잡았던 따뜻한 미소로 유유히 커피를 즐긴다. 그는 "가장 좋은 순간은 천천히"라며 커피를 마시는 순간만이라도 인생의 주인이 되라고 부드럽게 충고한다. 테이스터스초이스의 새 광고는 10년이 넘은 컨셉트를 뒤엎는 참신한 시도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여러 광고에 등장,신선한 맛이 떨어지는 배용준의 미소가 커리어우먼들의 꿋꿋한 모습을 얼마만큼 능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