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경영이론가 찰스 핸디는 그의 책 '코끼리와 벼룩'에서 앞으로는 회사에 속해 주어지는 일만 하면서 돈을 버는 '직장 인생'보다는 프리랜서로 여러 고객의 일거리를 해주는 '포트폴리오 인생'이 사회의 주류를 이룰 것으로 내다봤다. 엊그제 한 취업사이트가 발표한 조사결과는 국내에서도 이런 경향이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 조사에서는 직장인 10.5%가 부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기업 종사자 가운데 부업을 가진 이가 17.3%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회만 닿으면 부업을 하겠다는 회사원들도 94.6%나 됐다. 경영자들에겐 다소 충격적인 숫자일 수도 있다. '마음은 콩밭에 가있는' 종업원들이 이렇게 많으니 말이다. 이런 현상을 그렇다고 부정적으로 볼 일은 아니다. 막을 방법도 없다. 이들이 부업을 하고 싶어하는 이유를 들어보면 더욱 그렇다. 무엇보다 경제적 요인이 크다. 한 회사에 충성하다 그 회사가 망하면 대다수 직장인들은 당장 갈 곳이 막막해진다. 먹고 살 다른 방법을 준비해두지 않으면 길거리에 나앉기 십상이라는 얘기다. 또 같은 대기업 사이에서도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임원이 돼도 연봉 5천만원이 넘지 않는 회사가 있는가 하면 과장급도 이것저것 합쳐 1억 가까운 돈을 연봉으로 받아가는 업체들도 적지 않다. 그 격차와 그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을 채우는 방법은 결국 가욋일뿐이다. 한 회사에 모든 것을 던지는 '단일종목 투자'가 아니라 이 일 저 일 하면서 안전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노리는 '포트폴리오 투자'를 꾀하는 직장인들이 이제 대다수를 차지하는 현실을 인정하는 것이 낫다. 포트폴리오 인생은 사실 이래저래 늘어나게 돼있다. 기업들이 웬만한 일은 외부에 맡기는 아웃소싱전략을 택하면서 여러 회사에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외부자원제공자(하청인:outsourcer)들은 눈에 띄게 늘어날 것이다. 개인적으로 여러가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면 그것이 바로 포트폴리오 인생 모델인 셈이다. 지금도 변호사 사무실이나 컨설팅업체 대학 등에 적을 두고 다른 업체의 일을 '공식적인 부업'으로 해주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런 시대를 사는 직장인에겐 자신이 갖고 있는 역량을 어떻게 최대의 수익으로 연결시킬 수 있을지가 최대의 고민거리다. 경영자들은 회사에만 충성하는 직원들이 더 이상 많지 않다는 것을 엄연한 현실로 인식해야 한다. 인력 시장에 사람이 넘친다고,그래서 직원들이 함부로 나가지 못할 것이라고 안심하고 있다가는 낭패를 당한다. 겉으로는 회사에 나와 있으면서도 마음은 '부업 현장'에 가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돈이든 재미든 자부심이든 신뢰든 무엇 하나는 잡아끄는 것이 있어야 사원들이 바깥으로 돌지 않는다.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