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졸업 후 경기도 안산에 있는 한 전자부품 회사에 입사한 윤 모 씨(28).부푼 꿈을 안고 3년전 사회에 첫 발을 내디딘 윤 씨의 목표는 서른 살 결혼 5년 안에 집장만 3년 안에 자격증 2개 취득 등이었다. 그러나 그의 꿈은 모조리 산산조각났다. 윤 씨는 현재 4천만원이 넘는 빚을 지고 있는 신용불량자다. 하루종일 빚독촉 전화에 시달리다보니 이젠 핸드폰 받기가 겁날 정도다. 빚걱정 때문에 자격증 공부는 뒷전이었다. 최근 회사로부터 비공식적인 해고권고까지 받았다. 윤씨가 이런 상황에 몰리게 된 것은 주식투자 때문. 그는 작년초부터 주식에 손대기 시작했다. 회사 동료가 5백만원을 투자해 두 배 가까운 수익을 올리는 것을 직접 목격하고 나서다. 윤씨는 그동안 착실히 모은 1천만원의 여윳돈을 '종자'로 2~3개 종목에 집중 투자했다. 처음 몇 개월간은 수익률이 비교적 괜찮았다. 은행 적금보다 훨씬 나았다. 용기가 생긴 윤씨는 신용대출 1천5백만원을 받아 주식에 몽땅 부었다. 윤씨의 '비극'이 시작된 건 이때부터. 단기간에 큰 돈을 벌겠다는 욕심이 화근이었던 셈이다. 윤씨가 산 주식들이 급락하면서 6개월만에 반토막났다. 윤씨는 원금을 되찾기 위해 A신용카드로부터 1백50만원, B카드로부터 1백만원, C카드로부터 1백만원 등 현금서비스를 받아 옵션에 투자했다. 이 돈마저 몽땅 날리자 신용카드 두 개를 새로 발급받았다. 만기가 다가오는 카드대금을 막는게 급했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소위 '돌려막기 전쟁'이 시작됐다. 돌려막기하는 도중 상호저축은행 한두 곳에서 소액대출 2~3백만원을 받기도 했던 윤씨는 신용대출 1천5만원에 대한 만기일이 돌아오자 결국 두 손을 들어버렸다. 돌려막기의 곡예가 한계에 부딛힌 것. 윤씨가 신용불량자로 등록된 건 지난 9월. 은행 카드 저축은행 등 8개 금융회사에 총 채무액이 4천3백만원에 달한다. 윤씨는 최근 개인워크아웃을 실시중인 서울 명동의 신용회복지원위원회 사무국을 찾았다. 채권금융기관들이 연체이자라도 깍아준다면 몇 년 안엔 빚을 갚고 새출발할 수 있을 거란 마지막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윤씨가 전도유망한 직장 '새내기'에서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3년. 상담을 받은 후 위원회 사무국을 나서는 윤씨의 뒷모습이 무거워 보였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