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잇따라 주택담보대출 억제정책을 내놓자 돈 굴릴 곳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시중은행들이 고소득 전문직 등 우량고객에 대한 대출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우량고객에 대한 신용대출의 경우 담보대출 못지않게 안전한데다 주택담보대출에 비해 예대마진(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이 커 수익성이 좋기 때문이다. 6일 금융계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최근 의사들에 대한 신용대출 한도를 높여 최고 3억원(개업의 기준)까지 빌려주고 있다. 또 판·검사 변호사 등 법조인을 대상으로 신용대출 금리를 0.5%포인트 내려 최저 연 7.5%에 대출해 주고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다중 채무자 등 신용도가 낮은 사람들에 대한 대출을 줄이는 대신 고소득 전문직업인에 대한 신용대출을 적극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14일부터 삼성그룹의 70여개 관계사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신용대출을 실시하고 있다. 대출금리는 연 7.92∼8.42%로 낮은 편이다. 이 은행은 다른 우량그룹에까지 대상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공무원 대상 신용대출 상품인 조흥은행의 '공무원 가계자금 대출'은 최근 대출잔액이 1천억원을 넘어섰다. 조흥은행은 공무원연금관리공단과 연계해 퇴직금을 담보로 빌려주는 방식인 만큼 부실우려가 거의 없는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은행은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신용대출을 강화한다는 방침 아래 이달 중순 전국 3백7곳에 소호(개인사업자) 전담반을 설치했다. 개인사업자 신용대출의 경우 보통 2천만∼3천만원 단위여서 위험이 적을 뿐만 아니라 기업대출로 분류돼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정책에도 부담을 주지 않는다는게 국민은행측 설명이다. 한미은행은 최근 타은행 직원들을 대상으로 최저 연 8.3%의 무보증 신용대출을 내놓았다. 이 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중 현재 12.3% 정도인 신용대출 비중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