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오니 사람이 그립습니다. 그 그리운 사람 중에 당신이 있습니다." 휴대폰 문자판에 낯선 전화번호와 함께 찍힌 짧은 사연이 나를 설레게 한다. '누굴까?' 분명 주인을 제대로 찾아온 편지가 아닌데 나는 주인을 잃어버린 두 줄의 연서 때문에 오랜 시간 황홀했다. 바로 이렇게 예기치 못한 미소를 물고 오는 것이 첫눈이 아닐까. 누굴까? 어떤 심성을 가졌기에 그리움을 알까. 어떤 향기를 지녔기에 사람이 그리울까. 그 그리운 사람이 정말 나라면 얼마나 행복할까. 쓸데없는 상념들이 터무니없는 욕심을 부른다. 첫눈 오는 날, 누군가 나를 그 그리움의 정점에 세워두고 '그립다' 말을 하면 나는 삼일주야 폭설에도 맨발로 그를 따라 나서리. 어디를 가느냐고 묻지도 않을 만큼 행복한 바보가 될 수도 있으리. 내 기꺼이……. "참으로 행복한 첫눈입니다. 모르는 사람이 가져다 준 이 행복. 지금은 내 것이라 믿고 싶습니다. 당신도 나만큼 행복하세요, 오래도록." 답장을 보낼까? 누군가의 행복을 훔친 것은 아닌지. 길 잃고 잠시 들른 내 집에서 볼 붉히며 길 잘못 들었노라고 고백해야 하나, 애꿎은 휴대폰만 만지작거린다. 어느 시인은 '사랑합니다'란 말은 나를 내어주려고 내가 타오르는 빛이라 하였지. 그럼 그립다는 말은 내가 파랗게 타오르다가 눈물 때문에 희나리가 되어 버린 회색빛? 나에게도 내 나이 반 접은 시절엔 그리움 절절히 넘치는 연서를 보내주던 사람 있었지. 이젠 함께 늘어가는 주름 마주보며 어느새 바로 내가 되어 있는 그 사람에게 이 작은 행복을 나누어 보낸다. "당신이 있어 참으로 행복한 첫눈이네. 오래도록 당신 옆에서 이 행복 느끼고 싶네." 나를 설레게 했던 그 마음이 그에게도 그대로 전해진 것인가. 참 고마운 문자판에 그의 마음이 바삐 달려왔다. "첫눈보다도 매일 보는 당신이 나를 더 설레게 한다." 우린 정말 전생(?)연분인가. 천생보다 더 이전으로 가서 전생부터 지독한 인연의 끈으로 묶여 있었던가. 길 잃은 문자 메시지 한 줄이 사람을 이렇게 행복하게 하는구나. '밤하늘에 떨어지는 별똥별처럼 나도 길 잃어 누군가의 행복한 별이 될 순 없을까?' < bezzang0815@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