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 오전7시.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에 있는 미국계 전력용 반도체 회사인 페어차일드코리아의 최승용 수석연구원은 출근하자마자 국제위성센터에 위성채널을 예약했다. 페어차일드의 전세계 지역본부들과 실시간 비디오 컨퍼런스를 열기 위해서였다. 비디오 컨퍼런스는 인공위성을 이용한 화상회의의 하나다. 최 연구원은 "페어차일드의 글로벌 R&D(연구개발)센터가 한국에 세워진 후 기술개발 과정에서 수시로 해외 연구진과 위성연결해 기술회의를 연다"고 말했다. 페어차일드코리아는 동북아 R&D 허브로서의 기능을 수행하는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힌다. 최근 들어 이 회사처럼 한국에 주요 R&D센터를 세워 아시아지역 비즈니스의 중심지로 활용하는 다국적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11월 현재 국내에 별도 연구소를 세워 R&D 기능을 수행하는 외국기업들은 1백20여개에 이르고 있다. ◆ 한국을 생산, 개발, 물류의 중심지로 활용한다 =페어차일드코리아는 R&D뿐 아니라 생산, 물류 등 모든 부문에서 전세계 허브역할을 해내고 있다. 우선 이 회사의 연간매출은 5억6천만달러로 페어차일드 전체 매출(14억달러)의 40%를 차지한다. 세계 시장에 공급되는 전력용 반도체 제품이 이곳에서 생산된다. 지난 3월에는 경기도 화성에 4천5백평 규모의 글로벌 물류센터까지 완공했다. 김덕중 페어차일드코리아 사장은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을 포함해 아시아 시장에서 물류 허브로서의 기능을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돈 데비앙 페어차일드 기술담당 부사장은 "글로벌 R&D센터를 한국에 세운 것은 지리상으로 중국 일본 동남아 시장과 인접해 있다는 점 외에 전문 인력자원의 자질이 우수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한국은 이미 아시아 반도체 시장의 거점 역할을 하고 있고 대학과 연구소에는 반도체 기술인력과 인프라가 풍부하다"고 덧붙였다. ◆ 글로벌 연구소를 한국에 옮긴다 =자동제어시스템 분야 세계 1위 업체인 하니웰은 미국 본사에 있는 글로벌 R&D센터의 일부기능을 아예 한국으로 옮기기로 했다. 한국하니웰 R&D센터 관계자는 "하니웰 본사가 한국의 연구개발 성과와 기술력,원가절감 실적 등을 아시아 국가중 최고 수준으로 평가한 결과"라고 말했다. 하니웰은 충남 천안 외국인전용공단에 있는 기존 연구소를 확장해 이곳으로 R&D센터를 이전하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 한국에 특화된 연구소를 세운다 =스위스계 자동화기기업체인 ABB의 한국법인인 ABB코리아는 ABB의 세계사업장중 변압기와 차단기, 스위치 제조 및 생산기술부문에서 최고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에 진출한지 40여년 동안 이들 분야에서 기술력과 엔지니어링 및 디자인 인력을 꾸준히 키워 온데 따른 것이다. 천안에 있는 대규모 생산공장과 자체 연구시설은 아시아지역의 테스트베드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한윤석 ABB코리아 사장은 "우수한 연구.제조인력과 튼튼한 IT(정보기술) 인프라가 뒷받침돼 ABB의 세계 1백여개 지역본부중 연구.생산실적이나 매출면에서 가장 우수한 편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한국3M도 한국에 특화된 연구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모범사례로 꼽힌다. 한국3M 기술연구소에는 70명의 연구진이 몸담고 있으며 미국3M 본사의 글로벌 개발전략에 따라 한국시장과 고객이 요구하는 제품을 개발, 공급하고 있다. 차철용 한국3M 기술연구소 제품개발부장은 "한국3M은 아시아지역 핵심본부중 하나로 3M의 글로벌 인터넷망을 통해 60여개 국가에 있는 기술 보고서, 고객요구사항, 특허 및 문헌 등을 실시간으로 공유한다"고 밝혔다. 정종태 기자 strong-korea@hankyung.com [ 협찬 : 삼성 포스코 산업기술평가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