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박운서 부회장은 어제의 신윤식 회장?' 데이콤이 총 8천1백90억원을 들여 파워콤을 인수키로 함에 따라 박운서 데이콤 부회장과 신윤식 하나로통신 회장의 뒤바뀐 처지가 통신업계에 화제가 되고 있다. 내실경영에 주력해 온 박 부회장과 부실논란을 일으키면서까지 인수·합병에 강한 의지를 내보인 신 회장이 이제는 정반대 입장에 서게 된 것이다. 박 부회장은 데이콤 대표로 취임한 2001년 이후 강도높은 구조조정과 내실경영으로 올해 데이콤을 흑자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박 부회장은 올 초만 해도 다른 후발 통신사업자와의 합병이나 제휴 얘기가 나올 때마다 "술취한 사람(데이콤)이 또 다른 술취한 사람(하나로통신 등)과 어깨동무하면 잘 되겠느냐"고 대꾸하곤 했다. 반면 신 회장은 작년 11월 드림라인을 인수했으며 두루넷과도 협상을 벌이다 최종단계에서 성사시키지 못했다. 올들어서는 파워콤 인수는 물론 온세통신 인수도 진행해 왔다. 그런데 지금은 박 부회장이 '술에서 깬 데이콤'을 기반으로 파워콤 인수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겠다고 나섰다. 데이콤은 16일까지 4천95억원의 현금을 한국전력에 파워콤 인수대금으로 지급해야 한다. 나머지 4천95억원은 2년만기 어음으로 막게 되지만 2년 안에 이 자금을 마련해야 된다. 데이콤은 현재 증자자금(2천83억원) 내부유보금(1천2백억원) 외자유치(SAIF·1억달러) 등으로 총 4천5백억원의 유동성을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추가로 1억달러 규모의 외자유치를 추진중이라고 밝혔다. 업계와 증권가에서는 그러나 "시가총액 7천억원대의 데이콤이 5천억원 가량의 자금을 조달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시각이 많다. 자칫 '술깬'데이콤이 다시 '술독'에 빠질 수 있다는 얘기다. 반면 신 회장은 자의는 아니지만 하나로통신의 내실을 기하는 쪽으로 경영방향을 잡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장규호 기자 sein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