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몸으로 세계를 정복한 김미현. 매일 7백타의 연습으로 물집 잡힌 손에도 매니큐어는 꼭 발라야 하는 스물여섯살의 그녀. 드라마는 그녀를 이해합니다." KTF의 여성 전용 이동통신 서비스인 "드라마"의 새 광고 카피다. 새 광고는 억척스럽게 성공한 여자들도 여성답게 살고 싶어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금까지 여성의 성공신화를 담은 광고들이 치열하게 살아온 커리어우먼들에게 바치는 찬사였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물집 잡힌 손에도 매니큐어를 발라야 한다는 여자 김미현. 광고 시청자들에게 그녀는 LPGA 스타가 아닌 옆집 동생이나 언니 같이 친근하게 느껴질 게 분명하다. 새 광고는 여자들의 섬세한 감정을 다룬다. 그래서인지 드라마 광고 제작진은 여자로 구성됐다. 광고회사 웰콤의 문애란 대표부터 카피라이터 이혜숙 부장,기업과 접촉하는 AE 정원화 차장 등 제작을 맡은 구성원이 대부분 여자다. 문애란 대표는 "남자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내용을 광고로 만들다 보니 광고 제작진 구성원들이 모두 여성으로 이뤄졌다"고 말한다. 그녀는 "주변 사람들은 하나같이 "여성으로서 사회생활 하면서 어려움이 없느냐"고 묻는다"며 "여자이기 때문에 힘든 점 대신 여자라서 더 잘할 수 있는 부분을 얘기하고 싶었다"고 덧붙인다. 드라마 광고 제작에 참여한 여자들은 입을 모아 "이번 광고는 단순히 제품이나 서비스를 선전하기만 하는 광고가 아니다"고 말한다. 드라마 광고 제작진은 제작비의 1%와 모델 출연료의 50%를 각종 여성단체를 후원하는 여성재단에 기부한다. 공익적인 취지에 걸맞게 광고에서도 최대한 상업적인 분위기는 피한다는 것이 KTF와 웰콤의 입장이다. 이혜숙 부장은 "이달부터 매월 우리 사회를 이끄는 여성 오피니언 리더를 세명씩 선정해 여성들의 이야기를 풀어갈 계획"이라며 "12월에는 프로골퍼 김미현과 철학자 이주향,연극배우 김지숙이 광고에 출연한다"고 설명한다. 정원화 차장은 이번 캠페인의 가장 어려웠던 점이 모델 섭외였다고 털어놓는다. 상업적인 광고에 출연하기 싫어하는 명사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정 차장은 "다섯명 중 세명은 출연을 거절했다"며 "아직 광고 캠페인의 취지가 널리 알려지지 않은 탓"이라고 설명한다. 광고 모델을 섭외했다고 문제가 모두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모델의 이미지를 뒤바꾸는 카피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카피에 관해 모델과 상의해야 했다. 드라마 광고 제작진은 광고주(KTF)만 동의한다면 이번 광고 캠페인을 3년 이상 지속하고 싶어한다. 시작 단계에서는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알만한 명사들을 주로 기용할 생각이지만 캠페인이 본 궤도에 오른 뒤에는 자신만의 독특한 얘기가 있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모델로 기용할 생각이다. 이 부장과 정 차장은 "내 얘기일 수 있다고 생각하니 이번 캠페인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며 "훗날 직접 광고 캠페인에 당당히 출연할 수 있을 만큼 색깔있는 여자가 되고 싶다"고 입을 모은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