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9·11테러 직후 항공수요가 격감하자 급한 김에 보너스 마일리지를 남발했다가 불과 1년여 만에 '경영압박'을 내세워 마일리지 혜택을 줄인다니 경영예측능력이 그 정도 밖에 안됩니까." 지난달 29일 대한항공이 마일리지 혜택을 줄인다고 발표한 데 대해 시민단체와 소비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교통문화운동본부는 성명을 내고 "단기적인 수익을 위해 일단 소비자를 현혹하고 나중에는 '나몰라라'하는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시민단체인 참여연대 관계자는 "대한항공측이 내세우고 있는 '경영압박'은 스스로 마일리지제도를 무리하게 운영한데서 비롯된 것이라며 이런 식으로 약관을 회사형편에 따라 바꾸면 고객신뢰를 잃게 된다"며 "'자충수'가 되지 않으려면 마일리지 공제폭이 어떻게 산출돼 나온 것인지 기준을 밝히고 고객에게 이해를 구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소비자단체 등의 비난에 대해 대한항공도 할 말이 많았다. 요컨대 마일리지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인식이 완전히 잘못돼 있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이를 바꿔야 한다는 얘기였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우리 고객들은 마일리지를 자신들의 '권리'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항공사가 주는 '덤'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한국보다 항공서비스의 역사가 훨씬 긴 외국항공사들도 경영상황이 안 좋으면 수시로 서비스 약관을 바꾸고 있다"며 "백화점이 세일보너스 상품권으로 경영상황에 따라 10만원짜리를 줄 수도 있고 5만원짜리를 줄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인천공항에서 만난 한 승무원은 "한국인의 유별난 공짜 좋아하는 심리를 감안해 대한항공은 외국항공사들과 달리 마일리지 사용기간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며 항공사의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대한항공은 '마일리지 압박해소'라는 단기경영과제를 해결하려다 '고객신뢰'라는 장기경영목표에 흠집을 낼까봐 고민하고 있다. 어쩌면 항공사경영의 영원한 딜레마라 할 수 있는 이 문제를 대한항공이 어떻게 세련되게 풀어나갈지 궁금하다. 홍성원 사회부 기자 anim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