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총재는 돈줄을 쥔 통화정책의 수장이면서 나라 경제운용의 한축을 담당하는 중요한 자리다.

때문에 역대 총재에는 대부분 중량급 인사들이 임명돼왔다.

유창순(6대) 신병현(12대) 김준성(13대) 총재는 나중에 총리.부총리로 영전했고 조순(18대) 이경식(20대)씨는 거꾸로 부총리를 지낸 뒤 총재로 부임했다.

김세련(9대) 최창락(15대) 총재와 박승 현 총재는 장관을 지냈다.

그러나 역대 총재들은 대부분 정치적 이유로 단명했다.

한은을 거쳐간 21명의 총재 가운데 불과 5명만 4년 임기를 마쳤다.

한은이 본격적으로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은 87년 '6.29 선언' 이후부터.

'KK'라는 이니셜로 불리던 김건 17대 총재는 직원들과 함께 '한은 독립운동'을 벌이면서도 임기를 무사히 마쳤다.

서울대 교수 출신 '산신령' 18대 조순 총재는 1년만에 중도 하차했다.

조 총재는 92년 대선 당시 정주영 국민당 후보가 "한은이 3천억원을 찍어 김영삼 민자당 후보를 지원했다"고 주장하자 즉각 정 후보를 허위사실 유포혐의로 고소했지만 선거뒤 소를 취하, YS의 '괘씸죄'에 걸려 물러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대 김명호 총재는 '부산지점 지폐 유출'이라는 대형 사고가 터지는 바람에 임기를 1년반 남겨 놓고 옷을 벗었다.

외환위기로 중도하차한 20대 이경식 총재는 정부의 감독체계 개편안(은행감독원 분리)에 동의했다는 이유로 한동안 한은에서 초상화조차 걸지 못하는 수모를 겪었다.

반면 21대 전철환 총재는 그 공과를 떠나 가장 '복 받은 총재'로 불린다.

처음으로 금통위 의장을 겸임했고 지난해 한국이 국제통화기금(IMF)에서 빌린 돈을 모두 갚던 순간에 정부대표로 서명하는 영광도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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